최근 인기 코메디 프로그램에서 대한민국이 아름다운 이유는 우리들만의 보이지 않는 약속을 정해놓고 지키기 때문이라 말한다. 소방차와 구급차량이 지나가면 길을 양보하는 것도 이런 것들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아름다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많은 소방관들의 지속적인 노력에도 우리사회는 긴급차량에 대한 이해와 양보가 부족해 크고 작은 문제들이 많이 발생했다. 결국 지난 6월 긴급차량에 대한 양보운전이 법으로 정해져 이달부터 시행됨에 따라 긴급자동차에게 양보운전을 하지 않는 운전자에게는 과태료가 부과되게 된다.
개정된 도로교통법 제29조에 따르면 긴급자동차가 접근할 경우 모든 운전자는 도로 가장자리로 피해 차량을 일시 정지시키거나 양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법을 개정해 긴급차량에 대한 양보운전을 강제한다고 해도 시민들의 의식이 성숙하지 않는 한 소방차와 구급차의 앞을 막는 차량은 언제나 존재할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사이렌을 켜고 달려가는 소방차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운전자가 있을 것이다.
이들은 ‘위급한 상황이 자신의 일은 아니다’라는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겠지만 위급한 사람이 자신의 가족과 이웃이 될 수 있음을 한번 더 생각해야 한다. 또 많은 사람들이 긴급차량의 출동에 협조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과태료 부과에 대해서는 부정적 시선을 보낸다.
관공서에서도 어쩔 수 없이 피해주지 못하는 상황까지 과태료를 부과할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자신의 불편함보다 다른 시민들의 안전을 생각하는 마음만 있다면 결코 과태료를 부과 받을 일은 없을 것이다.
소방관에게 출동 중 주어지는 5분이란 시간은 단순한 5분이 아니다. 일반적인 화재현장은 초기 5분 안에 진화하지 못하면 연소 확대 및 화재 최성기로 접어들어 화재진화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인명구조를 위한 구조대원의 옥내진입이 곤란해질 뿐 아니라 많은 재산피해와 인명피해 발생 확률이 높아진다.
구조·구급 역시 마찬가지이다. 심장정지 또는 호흡곤란 환자는 4~6분 이내 응급처치를 받지 못할 경우 뇌손상이 시작돼 소생률이 크게 떨어진다. 때문에 이 짧은 5분이 사고현장의 요구조자에겐 생명을 살리는 시간이고 소방관에게는 소방관으로서의 보람과 존재가치를 지켜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시간인 것이다.
소방차 등 긴급차량에 길을 양보하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모든 차의 운전자는 교차로나 그 부근에서 긴급자동차가 접근하는 경우에는 교차로를 피해 도로의 우측 가장자리에 일시 정지해 양보하고, 일방통행 도로의 경우 우측 가장자리로 피해 정지하는 것이 긴급자동차의 통행에 지장을 주는 경우에는 좌측 가장자리로 피해 정지한다. 이외의 일반도로 상에서 긴급자동차가 접근한 경우에는 도로의 우측 가장자리로 피해 진로를 양보해야 한다.
비록 이번 개정안 시행으로 긴급자동차에 길을 양보하는 것이 법적 규제 대상이 됐지만 긴급차량에 대한 양보운전은 남이 아닌 나를 위한 양보라고 생각하자.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을 버리고 모든 시민들이 긴급차량에 대한 양보운전을 자발적으로 참여해 규제가 아닌 아름다운 사회규범으로 하루빨리 자리 잡길 바란다.
/김종일 의왕소방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