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13일 밤 부천시 원미구 상동 외곽순환고속도로 중동IC 구간 하부공간에 주차해 있던 유조차에서 화재가 발생해 차량 38대와 컨테이너 8동, 굴착기 1대 등이 전소된 사건이 발생했다. 화재 당시 경질유를 실은 25t 유조차 3대가 있었지만 다행히 폭발하지는 않았다. 아찔한 사건이었다. 펌프카와 탱크차 등 소방차 45대와 소방대원 240명이 동원돼 진화에 나서 2시간 만에 진화했지만 이 불은 주차장 위편 고속도로까지 번져 방음벽을 모두 태웠다. 얼마나 불길이 셌는지 철 구조물까지도 심하게 뒤틀릴 정도였다.
이 사고로 중동IC 일산·판교 방향이 전면 통제됐고, 계양IC 판교 방향과 장수IC 일산 방향 진입도 통제돼 한동안 극심한 체증을 빚었다. 이 화재는 인재(人災)였다. 한 민간단체가 고속도로 하부 공간을 무단 점유해 관광버스와 화물차 차고지로 재 임대했다. 관계당국은 불법시설물 철거를 위해 고발 44회, 계고장 50회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으나 이들은 철거에 불응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결국 대형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그런데 본보(26일자 1면)에 따르면 부천 중동IC의 하부공간이 1년 전 대형화재 이후에도 사고위험에 고스란히 방치되고 있는 가운데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부천시와 부평구가 건축허가를 놓고 정반대로 행정 처리했다고 해 빈축을 사고 있다. 무슨 얘기냐 하면 한국도로공사가 지난 4월부터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P41~46구간과 P94~96구간을 C사에 임대해 현재 택배물류터미널로 사용하고 있는데, 허가 과정에서 부천시와 인천시 부평구의 입장이 상이했다는 것이다. 부천시는 불허했지만 부평구는 허가했다. 무슨 행정이 이런가? 부천시가 화재 위험성을 이유로 불허했으면 부평구도 불허해야 할 것이다.
반대로 부평구청 관계자의 말처럼 제출한 신청서류에 문제가 없어 승인한 것이라면 부천시도 그렇게 했어야 했다. 부천시는 도로 하부공간은 도시시설부지에 해당돼 건축법상 전기와 수도시설 등의 설비가 필요 없는 경우에만 허가해 주도록 돼 있어 불허했다고 밝힌다. 그러나 부평구는 해당 건축물은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이기 때문에 C사가 제출한 신청서류에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신청서류에 문제가 없더라도 이곳은 1년 전 대형 화재가 발생한 곳이다. 그때도 신청서류에는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사고가 발생했다. 탁상행정의 위험성이란 이런 것이다. 행정은 언제나 현장을 위주로 추진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