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학교 내에서 동급생이나 상급생들로부터 끊임없는 폭력에 시달리고 있을까를 생각하면 잠이 오질 않을 지경이다. 국민 모두가 그러리라고 생각한다. 학교폭력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도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이 학교 관계자들의 설명이고 보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경기도교육청도 김상곤 교육감이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지시했지만 이러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리라고 기대하는 학부모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대구 중학생 권모 군의 자살 사건이 사망 일주일이 넘도록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권 군을 자살이란 극단적 선택으로 이끈 폭력의 실상이 양파껍질 벗겨지듯 밝혀지면서 사회 전체가 충격에 빠졌고 특히 학부모 입장에서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무엇보다 왕따(집단 따돌림) 등 학생 폭력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경각심이 싹텄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 아이들을 사지로 내몬 학교폭력은 범죄라는 인식에 눈을 뜬 것이다. 아울러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의 안전망이 얼마나 허술한지 절망하고 분노했다. 학교 폭력을 이대로 둬선 안 된다는 공감에 이르게 된 것이 이번 사건이 준 가장 큰 교훈이다.
이번 사건 이후 교육 당국은 물론이고 정치권에서도 연일 학교 폭력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상담교사 확충 등 낡은 레코드판을 다시 트는 땜질식 처방들이 대부분이다. 이러다간 사건 직후 반짝 호들갑을 떨고 난리를 치다가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금방 망각에 빠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래선 안된다. 이번에야말로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 근본 대책은 어린 학생들 사이에 벌어진 아무리 사소한 따돌림이나 폭력이라 하더라도 남을 괴롭히는 것은 범죄행위라는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대법원이 28일 고교 시절 집단 괴롭힘을 당한 김모 씨와 가족이 가해학생 7명과 그들의 부모, 학교운영자인 지자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모두 연대해 5천7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학교 폭력은 엄연한 범죄라는 인식을 뿌리내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이제 학생 폭력에 대한 학교의 무관심과 은폐는 더이상 용납되어선 안 된다. 교사에겐 책임을 묻고, 가해학생 학부모와 학교 측에도 민사상 배상은 물론 형사적 책임까지 강력히 물도록 해야 한다. 공연히 남을 괴롭히면 엄청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을 이젠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 학교폭력 없는 가고싶은 학교를 만드는데 다같이 노력해 보자. 우리 어른들이 해야 할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