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여름방학을 맞아서 농촌봉사활동을 갔다. 물 맑고 공기 좋은 시골이라 안심하고 먹었던 지하수에 후배들이 식중독이 걸려 크게 고생을 했다. 특히 한 후배는 새벽에 너무 아파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 때 우리를 도와줬던 분들이 충북 제천시에서 근무하는 구급대원들이었고, 그 상황은 한창 미래와 취업으로 고민하던 나에게 아주 큰 인상을 남겼고 진로를 정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소방관이 되고자 마음먹고 공부를 시작해 1년 남짓한 수험생활을 가졌고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합격해 2011년 7월 11일 안양소방서 부림 119안전센터로 첫 출근을 시작했다. 3일째 근무하던 날, 안양 6동 단독주택에 화재가 발생해 첫 출동을 하게 됐다.
화재현장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화재현장을 지켜보는 많은 주민들과 살려달라고 아우성인 화재 속의 요구자였다. 조금 후 구조대원에 의해 아주머니와 아저씨가 구조돼 나왔고, 두 분 다 크게 화상을 입은 상태였다. 떨리는 마음 진정하며 선배를 따라 잔불정리를 했다.
진압된 후에 들어갔음에도 연기로 앞이 보이지 않았고 방화 복 너머로 열기가 느껴졌다. 잔화정리를 하면서 연기가 거의 빠져나갔고, 집 내부는 참혹하기 만했다. 타다 만 가족사진, 까맣게 그을린 옷장 속 교복, 조금 전까지만 해도 한 가정이 있었던 보금자리라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며칠간 그 현장이 계속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고 오랫동안 내 머리 속에 남았다.
현재는 안양 119안전센터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비록 인원은 적지만 화목하고 서로를 위하는 분위기는 사회 약육강식이라며 한탄하는 친구들에게 자랑거리가 되곤 한다. 가끔 누구는 내 소식을 듣고 왜 그런 위험한 일을 하게 됐냐고 묻는다.
난 이렇게 대답하곤 한다. “떳떳하고 당당할 수 있는 직업은 정말 몇 개 안되는 것 같아. 그 중에서도 소방관은 국민신뢰도 1위의 대단한 직업이야.”
내겐 살면서 직업과 무관하게 고민해야 할 여러 가지 일들이 있다. 하지만 그것들은 잠시 미뤄두고 사회와 타인에게 필요한 사람, 자랑스러운 아들, 동생, 친구가 되고 싶어 선택했던 이 길을 똑바로 곧게 걷고자하는 마음이 변치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다.
/송주성 안양소방서 안양 119센터 소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