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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정의의 여신과 경찰 수사권

 

기원전 2천년 무렵부터 진화를 거듭한 저울이 사회 일상은 물론 마트·정육점 곳곳에 있다. 정의의 여신 디케(Dike), 아스트라이아(Astraea), 유스티치아(Justitia) 로 로마 신화에 나오는 그녀는 안대로 눈을 가리고 오른손엔 칼을, 왼손엔 저울을 들고 있다. 가운데 세운 줏대의 가로장 양끝에 저울판을 달고 한쪽에는 달 물건을, 다른 한쪽에는 추를 놓아 평평하게 함으로써 물건의 무게를 다는 저울을 들고 있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오직 법에 의해서만 저울처럼 공정하고 칼처럼 냉정한 판결을 내리기 위해서는 힘이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그런데 정의의 여신은 이외에도 눈이 먼 맹인으로 묘사되고 있다. 이는 정의와 불의의 판정에 있어 사사로움을 떠나 공평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상징이다.

최근 한국 검찰은 기소권, 기소재량권, 영장청구권, 수사권(수사종결권) 등을 독점하고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행사해 수사·형사절차를 총지배하고 있다. 이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다.

‘경찰이 형사소송법 등 개정 논의 시에는 현실의 법제화를 주장하다가 현재 대통령령 제정 과정에서는 형사소송법의 틀을 바꾸려 한다’, ‘검사는 판사와 같은 사법관’이라는 방희선 동국대 교수의 주장은 입법 취지에 오류를 범하고 있다. 검찰은 형벌권에 기초한 국가 최고의 법 집행기관이라고 대검찰청 홈페이지에 소개하고 있다. 형사소송법은 검사나 경찰은 모든 ‘범죄혐의를 인식했을 때’수사를 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제195조, 제196조) 수사의 개시 시점이 법률상 명확하다. 또 검사는 행정부 소속 공무원으로 검찰권을 행사하는 단독제 국가사법기관을 의미한다. 결코 ‘판사와 같은 사법관’이 될 수 없다.

국회 사법제도개혁특위에서 법의 괴리를 해소하기 위해 형사소송법을 개정해 검찰권을 견제하고자 중수부폐지, 공수처신설 등을 입법하고자 했으나 무산됐다. 국회에서 검찰 견제장치로 경찰에 수사권을 줘 수사개시, 진행권을 명문화해 그 주체성을 174대 10이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법적으로 확보해 줬다. 그런데 하위법령인 대통령령 제정과정에서 검찰개혁에서 출발한 법률개정 취지와는 정반대로 경찰에서 독자적으로 진행했던 수사 활동을 통제하게 됐다.

노명선 성균관대학교 교수의 “검사의 지휘는 행정법적 직무명령이 아니고 사법명령”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 왜냐하면 검사의 수사지휘는 구체적 사건에 대해 수사방향을 설정하거나 공소제기·유지를 위해 필요한 사항을 적시한 사실적 행위라는 점에서 사법적 통제의 개념에 포섭될 수 없다.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억울하게 피해를 입은 국민은 없는지, 수사 편의주의적 관점에서 국민을 대한 적은 없는지, 범죄 피해를 입고도 슬퍼하는 피해자를 위로하고 진정으로 함께 하려고 혼신의 노력을 다했는지 되짚어 보아야 할 것이다.

헌법정신은 행정권에서도 견제와 균형이 이뤄져야 하므로 헌법상 검사의 전속적 영장청구 규정을 삭제해야 한다. 헌법 제12조 제3항, 제16조 제2문은 체포·구속·압수·수색을 할 때에는 ‘검사의 신청’의 의해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사의 신청’이라는 헌법상 영장발부 요건은 형소법·통신비밀보호법 등 법률로 구체화, 검사가 모든 강제수사 청구권을 독점하고 있다. 영장주의의 본질은 수사기관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강제처분을 함에 있어 중립적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검사의 신청’이라는 영장발부 요건은 영장주의의 본질과는 무관하다. 제헌 헌법(1948.7.17)은 제9조 제2문에 영장주의를 규정하면서도 영장청구권자를 검사에 한정하지 않고 ‘수사기관’으로 규정하고 있다.

5.16 이후 비상사태 하에서 단행된 제5차 개헌(1962.12.26.)을 통해 ‘검사(검찰관)의 신청’이라는 규정이 삽입된 것이다. 이는 국민투표 없이 국가재건최고회의라는 비상입법기구를 통해 전격 삽입된 것이다. ‘검사의 신청’이라는 규정이 헌법에 등장한 역사적 배경을 감안한다면 동 규정을 국민들의 헌법적 결단으로 평가하기는 곤란하다. 아울러 한국의 민주법치주의의 회복을 위해선 개헌을 통해 형사소송법 등을 재 개정하여 사법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일이 시급하다.

/지영환 경찰청 대변인실 소통담당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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