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년(壬辰年) 새해가 갖는 의미로 대한민국 국운융성의 기로에 서 있다는 전환기적 상황과 인식에 이견은 없을 것이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은 2012년이 격동과 격변의 한 해가 될 것임을 상징적으로 예고한 서막에 불과할 수도 있다. 우리가 처한 대내외적 여건이 결코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실시되는 양대 선거는 단순한 권력교체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시대적 변화의 흐름을 제 때에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신년화두로 ‘임사이구(臨事而懼)’를 선정했다. ‘큰 일에 임하여 엄중한 마음으로 신중하고 치밀하게 지혜를 모아 일을 잘 성사시킨다’는 사자성어에는 여러 함의가 담겨 있겠지만 격동의 한반도 상황을 국정의 최우선 순위에 두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읽혀진다.
새해 벽두의 화두는 역시 최대 현안인 남북관계이다. 북한은 신년공동사설을 통해 3대 부자세습 체제인 ‘김정은 시대’의 개막을 대내외에 천명하고 새 지도부의 노선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2일 신년 특별연설을 통해 남북관계를 비롯한 한반도 정세전반에 관한 구상을 제시할 방침이다. 양측의 공통된 과제는 대화채널의 조속한 복원과 신뢰 구축이다. 그래야만 최선은 아니더라도 차선의 결정을 내릴 수 있고, 동족상잔의 비극이 재연되는 최악의 사태와 공멸을 막을 수있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역학구도는 실제상황으로 다가온 ‘북한리스크’ 관리의 복잡성을 수반한다. 권력교체를 앞둔 러시아(3월), 중국(10월), 미국(11월) 등 주변국들의 내부 사정으로 인해 외교적 마찰과 갈등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정부는 외교안보라인의 총체적 점검을 통해 만반의 대책을 강구하는 동시에 명실상부한 ‘초당적 외교’가 구현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사회 양극화 해소와 서민경제 회복은 더 이상 미룰 수없는 시대적 과제이다. 지난해 가계 소비에서 생활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역대 세번째로 높았다는 통계는 고달픈 민생의 실태를 반영한다. 이는 불황으로 실질임금이 줄고 고물가로 인해 생활비를 제외한 분야의 소비를 대폭 축소한 결과로 분석된다. 가계부채, 교육비, 취업난에 허덕이는 서민들의 고통과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려는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정부와 정치권의 몫이다.
우리 국민의 현명한 선택과 판단이 대내외의 도전과 시련을 꿋꿋이 이겨내고, 용이 구름을 타고 하늘에 오르듯이 국운을 개척하는 버팀목이 되기를 염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