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새해를 맞아 동일선상에서 또 다른 한해를 시작하는 출발선에 섰다. 매년 반복되는 출발이라 남다를 것도 없으련만 출발선에 서면 늘 새롭고 알지 못할 희망과 불안이 교차하며 긴장감이 팽배해져 온다.
일생을 마라톤으로 비유하자면 1년은 100m 단거리 경주로 치부해 보자. 경주는 출발선에서 모든 선수가 출발신호와 함께 박차고 나간다. 출발선에서 귀 기울여야 할 것은 심판의 출발신호인 총성이다.
세계 유명 스포츠잡지가 지난해 꼽은 스포츠 10대 사건중 1위는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발생한 ‘우사인 볼트’의 부정출발이었다. 이 사건으로 세계신기록으로 대회 4관왕을 노리며 신(神)이 되고자했던 사나이는 2관왕의 평범한 성적으로 인간임을 곱씹어야 했다. 누구도 신이 허락한 시간을 마음대로 재단할 수 없고, 이러한 시간의 규칙은 누구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선수들이 뛰기 시작하면 가속도를 붙이기 위한 선수들의 용트림이 가쁜 숨소리를 통해 전해 온다. 하지만 이 순간, 준비운동 부족으로 쥐가 나 쓰러지거나 다른 선수의 레인에 뛰어드는 선수가 발생한다.
이미 예고된 시간을 준비 못한 선수도 탈락되고, 자신의 길이 아닌 남의 길에 잘못 들어선 선수도 그만 짐을 싸야 한다. 특히 남의 길로 뛰어드는 선수는 자신만 탈락될 뿐 아니라 자칫 자기 길을 열심히 달리던 선수마저 피해를 줄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우리 인생과 흡사한가.
또다시 경기로 돌아가 보자. 중반을 달리면 선수들의 기량과 그동안의 노력이 그대로 노정된다. 경기 초반, 선두를 질주하던 선수가 꼴찌로 밀리는가 하면, 후반으로 뒤처졌던 선수가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와 관객을 흥분시킨다.
경기 막바지, 선수들의 안간힘은 아킬레스건 등 심각한 부상을 초래해 선수생명을 단절시키는가 하면 중도 포기하는 선수의 안타까운 얼굴도 볼 수 있다. 그리고 우승자를 비롯한 선수들의 성적이 전광판을 수놓게 된다. 우승자는 집중되는 스포트라이트를 즐기며 관중들의 환호 속에 금메달을 목에 걸고 환호작약하는 기쁨을 누리게 된다. 하지만 우승자가 아니어도 관중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우승자가 줄 수 없는 감동까지 선사하는 선수도 있다.
쥐가 난 다리를 절룩거리며 한참 뒤에 결승선을 통과하는 이 선수는 역경 속에서도 결코 경기를 포기하지 않은 것이다. 출발선에 선 우리에게는 1년을 완주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도 필요하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는 신념 또한 절실하다.
/김진호 편집이사·편집경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