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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친논단] 남북문제와 플리바겐

 

김정일의 죽음과 관련한 넘쳐나는 보도를 보면서 문득 1980년 9월 1일 잠실체육관의 ‘체육관대통령’ 취임식이 선명하게 오버랩돼 다가오는 이유는 무얼까. 소프라노 이규도 교수와 연분홍 갑사치마저고리를 입은 경기여고 학생들이 부른 ‘대통령찬가’와 함께.

독재자 김정일이 죽었다는 사실을 빼고 나면 냉정함에 기초한 한반도의 미래예측은 찾아보기가 어렵고 세습과 관련한 북한체제의 지속가능여부에 조롱을 곁들인 체제의 붕괴를 점치는 얘기들만 넘친다.

하기야 북한이 어떻게 변하든 우리와 상관이 없다면 재미삼아 던져보는 농지거리가 뭐 그리 탓할 일이겠는가.

문제는 정말 북한체제가 무너졌을 때 남한이 얼마나 감당할 수 있겠냐는 것인데, 지금의 준비상태에서는 가히 재앙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지극히 제한된 정보와 철저히 조작된 화면만을 가지고 켜켜이 쌓인 남북문제를 감정적으로 논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붕괴로 인한 수많은 탈북자 문제도 그렇지만, 김정일 정권이 보유한 대량살상무기(WMD)의 효율적 통제는 보통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여기에 핵을 비롯한 한반도 상황의 처리를 놓고 제1교역국인 중국과의 ‘깊은갈등’을 각오해야 하는 단계에 이르면 난감해진다.

따라서 지금 우리로서는 북한의 잘못된 행동들을 정확히 인식하는 동시에 실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전략적 인식의 전환은 정말 중요하다. 북정권의 의지와는 달리 북한은 이미 생존을 위해 내부적으로 변화를 시도한지 꽤 됐고 또한 앞으로도 변할 수 밖에 없다는 전제 하에 남북이 함께 이기는 방법으로서의 ‘플리바겐(plea bargain : 유죄협상제)’의 원용을 제안하고자 한다.

‘무고한 시민들을 잔혹하게 살해한 범죄자가 체포됐다고 치자.’ 검찰은 이 범인에게 특급 살인죄를 적용해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하려 한다.

그런데 검찰은 수사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을 발견한다. 지역사회에서 존경받는 인사를 납치해 감금해 뒀다고 자백을 받은 것이다. 범인은 감금한 장소를 알려줄 테니 형량을 낮춰 달라고 협상을 요구한다.

자백의 사실여부를 확인한 끝에 검찰은 모든 방법을 동원하지만, 결국 피해자의 위치를 파악하는데 실패하고 고민에 빠진다.

흉악한 범인에게 합당한 죗값을 치르게 하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범인에게 사형이 구형될 경우, 그에게 납치된 사람 역시 죽게 될 것이기 때문에 급기야 검찰은 사형 구형을 포기하는 대신 그와 거래를 선택하게 된다.

미국 등 선진국에선 자주 볼 수 있는 플리바겐 제도다.

남한입장에서 보면 쌓인 앙금도 그렇지만 곧 붕괴될지도 모르는 북한과 타협하는 것이 못마땅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하게 해둘게 있다. 지금 당장 남한은 북한을 붕괴시키고 싶다 해도 붕괴시켜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북한 역시 남한에 협조하고 싶지 않아도 반드시 협조해야만 한다. 그래야 둘 다 살고 또한 이긴다.

얼마 전 여당은 북한급변사태에 따른 통일비용을 2천525조원이라고 추산했다. 국민 1인당 약 5천200만원이 들어가는 셈이다.

우리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탄탄하게 준비된 독일도 통독 이후 ‘거들먹거리는 서독놈’ 이라는 ‘베시(wessi)’와 ‘게으르고 멍청한 동독놈’이라는 ‘오시(ossi)’가 등장했다. 통일비용이 만들어낸 정서적 갈등의 극한 예다.

통독 당시 동독의 1인당 GDP가 서독의 50% 내외 수준이었고 인구도 서독의 4분에 1에 지나지 않았던 반면 현재 북의 1인당 GDP가 남한의 6% 수준이고 인구도 거의 절반에 이르는 상황을 외면한 채 감정적으로 남북관계에 다가서는 일은 무책임을 넘어 심히 두렵기까지 하다.

/김회창 인천동구의회 전문위원 행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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