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갈이는 조직체의 구성원을 큰 규모로 바꾸는 것을 의미하는데 요즘 ‘물갈이’라는 단어에 화들짝 놀라는 이들은 금배지를 단 선량들이다. 총선이 3개월 여 앞으로 바짝 다가서자 후보군 선별에 들어간 각 정당이 국민들의 요구인 대규모 ‘물갈이’를 천명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각 정당의 형편에 따라 모양과 색깔은 다르더라도 물갈이는 대세로 받아들여진다.
다만 현재까지 국민의 눈에 비친 여당은 다소 수동적이고, 강제적인 반면 야당은 그나마 선도적인 모습을 보이려 애쓰고 있다.
여당은 일부 의원들이 소신에 따라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당을 떠났지만 각종 잡음을 낳았고 특히 여당의 텃밭인 영남권과 수도권에 대한 물갈이에 대해 조직적 반발이 나타나고 있다. 결국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손에 피를 묻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면 야당은 위기의식의 발로인지는 모르나 출마선언이 곧 당선인 중진의원들의 사퇴가 이어지고 무엇보다 중량급 인사들이 야당의 불모지인 대구와 부산에서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여기에 호남 중진의원은 ‘임명직 국회의원’에서 벗어나겠다며 서울로 지역구를 옮기는 결기를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여하튼 여야 진영에서 쏟아지는 낙수거리를 모아보면 양쪽 모두에서 물갈이가 대규모로 단행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과거 여당은 당대표를 역임한 최고위층 인사들을 소위 ‘공천혁명’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뒷방 늙은이로 밀어내는 파란을 일으킨바 있다.
여기에 4선의 중진의원이 지역구를 포기하고 비례대표로 자리를 옮겨 국회의장단에 이름을 올린다는 등의 ‘카더라 통신’도 사실여부와 상관없이 나돌아 현재 정치권 분위기를 노정시키고 있다.
헌데 ‘물갈이’는 고여 있던 물을 빼내는 작업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물을 공급하는 것도 의미한다. 이런 의미에서 ‘깨끗한’ 이미지를 무기로 정치권에 입문하는 정치신인들은 국민들의 노파심에서 정치의 지향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오래전부터 국민들은 “괜찮은 사람인데 정치권에 들어가더니 망가졌어”라는 말을 곧잘 해왔다. 결국 물을 맑게 하기 위해 깨끗한 물을 공급했는데, 깨끗한 물이 고여 있던 물과 섞이더니 그만 똑같이 썩은 물이 됐다는 지적인 게다.
이같은 상황이 반복되면서 국민들의 정치인 불신은 해가 갈수록 높아져만 갔고 정치인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수준은 바닥을 헤매고 있기도 하다. ‘물갈이’는 물을 담아내는 그릇부터 바꾸는 결단이 전제돼야 한다./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