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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김근태 이후

정치적 색깔이나 이념적 좌우의 구분 없이 국민의 이름으로 존경받는 인물들이 있다. ‘철강왕’이라는 명예로운 호칭으로 불리던 박태준 전 포항제철 회장이 ‘잘 사는 나라, 대한민국’을 이끈 일등공신이라는데 누구도 반론하지 않는다.

기업인으로서 뿐 아니라 국무총리를 지냈고 정당의 대표까지 한 터라 정적(政敵)과 비토세력이 없을 리 없지만 그의 청렴성과 애국심을 의심하는 사람을 없다.

어제 영면한 ‘김근태’ 역시 그와 같은 사람이다. 그가 생을 달리하자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모든 언론매체가 나서 김근태를 향한 안타까운 조시(弔詩)를 헌정했다. 또 그의 일관된 생애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투쟁, 그리고 사람이 살만한 나라를 만들려던 열정 등이 온통 매스컴을 뒤덮고 있어 새삼 거론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오히려 일반 국민들은 “이렇게 대단한 인물이 왜 지금껏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을까”하는 아쉬움을 표하기도 한다. 이 같은 단순한 질문 속에 ‘인간 김근태’의 불행과 우리 정치의 후진성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를 기억하는 이들은 모두가 ‘그에게 빚을 졌다’고 한다. 그런데 그에게 빚 진자들이 앉아서 민주주의라는 열매를 맛본 국민들뿐이고, 그를 탄압한 고문기술자나 독재 세력뿐 이겠는가. 그의 빛나는 시대정신과 미래를 향해 열려있는 사고, 그리고 숱한 고난과 정치경험 등을 통해 입증된 능력을 사장시킨 것이 과연 일부 ‘꼴통보수’ 뿐인가를 묻고 싶다.

그는 국회의원과 장관을 지냈지만 대통령이 되는데는 실패했다. 아니 후보가 되지도 못했다. 특히 지난 2번의 야권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레이스에서는 치욕스러운 성적 속에 중도 포기하며 눈물을 흩뿌리기도 했다. ‘정치는 타협의 산물이고, 차선을 선택하는 테크닉’이라고 수많은 이들이 조언했지만 김근태는 듣지 않았다.

어쩌면 스스로가 그런 정치적 산물을 포기했거나 그가 정말로 사랑했던 국민들의 ‘혁명적 선택’을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어찌됐던 김근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고, 그가 남긴 유산을 어떻게 계승할지는 남은 자들의 몫이 됐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좌우의 이념과 정파적 이익에 매몰되거나 훈육돼 진실과 사실을 깨닫는데 어려움 속에 용기를 필요로 했다. 그러나 열린 세상을 살고 있는 지금, 우리는 고인이 남긴 유산을 기반으로 더 멀리가기 위해 함께 가기위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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