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에는 수십 마리씩 무리지어 사는 미어캣(Meerkat)이라는 동물이 살고 있다. 이 동물은 독수리 등 외부의 적을 감시하기 위해 언제나 보초를 세우고 있는데, 뛰어난 시각으로 먼 하늘에 작은 점처럼 떠있는 조류가 독수리라고 판단하면 날카로운 경고음을 낸다.
이 소리에 맞춰 수십 마리의 미어캣은 눈 깜짝할 사이에 근처에 파 놓은 굴속으로 몸을 숨긴다. 이렇게 미어캣은 동료무리들이 더 강한 포식자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망을 보고 경보를 울린다. 이 같은 경보기능은 생활상 필요에 의해서가 아닌 다수를 보호하기 위한 본능에 가까운 생존활동이라 할 수 있다. 적어도 국가체제를 가지고 도시를 가지고 있는 나라 중에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경보수단을 운영하지 않는 곳은 없으며, 우리나라도 예외 없이 민방위경보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에에~~~엥” 아마도 매년 4회 이상 실시하는 민방위 훈련의 날 사이렌을 못 들어본 사람은 없으리라 생각하지만, 경보사이렌에도 종류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소방방재청 민방위경보시스템은 적의 침공 등 민방공상황을 대비한 ‘경계경보’와 ‘공습경보’ 사이렌 음과 지전, 지진해일 등 재난위험을 대비한 ‘재난위험경보’ 사이렌 음 3가지 소리를 운영하고 있다.
민방공 훈련을 시작할 때, 첫 번째로 울리는 사이렌은 적의 공격이 임박하거나 공격이 벌어지고 있을 때 울리는 공습경보음이다. 430㎐의 음에서 시작해 최고 600㎐까지 올라가며, 5초 동안 사이렌의 음이 점점 높아지다가 3초 동안 점점 내려간다. 이렇게 총 3분 동안 23번을 반복하며 울린다.
두 번째는 적의 공격이 예상될 때 또는 공습경보에 따른 위험 단계를 낮출 때는 경계경보음을 발령한다. 520㎐의 음을 1분간 같은 높이로 울린다. 현충일이나 국가적인 애도가 필요한 날에는 1분간 묵념 사이렌이 전국적으로 울린다. 이 묵념 사이렌은 현재의 경계경보음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호우나 태풍, 지진 등의 재난이 닥쳐 인명과 재산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을 때는 재난위험경보 사이렌을 울린다. 480㎐의 음에서 시작해 700㎐까지 올라가며, 2초 동안 올라가다 2초 내려가는 방식으로 3분 동안 45회를 반복해 위험을 알린다.
경보사이렌은 공습상황인지, 재난상황인지 위험을 신속하게 알리기 위한 단순 경고신호로, 소리를 들었을 때는 반드시 방송이나 긴급문자메세지의 안내에 따라 신속하게 대피해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공습경보사이렌이 울린 후 경계경보사이렌이 울릴 때까지는 도로 위의 차량은 통제되며, 사람들은 지하대피소로 피해야 한다. 지진 등의 재난발생 시는 지하가 아니라 반드시 지상의 안전한 넓은 공터로 피해야 한다.
/유재욱 소방방재청 민방위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