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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춘추] 정치와 복지

 

2012년 새해가 밝았다. 흑룡의 해라 흑룡처럼 웅비하라는 덕담을 나눈다. 올 한해는 흑룡이 돼 하늘을 날아보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연말에 대선을 앞두고 있고 4월 총선에 출마하려는 예비후보자들의 후보등록이 계속되고 있다.

선거를 준비하는 정치인들이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 중의 하나가 복지문제다. 대선을 겨냥한 정당들의 복지정책은 물론이고 대선이던 총선이던 선거에 참여한 사람들은 모두 복지정책을 마련하고 표심을 모으려 한다.

사실 정치는 복지문제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민생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최고의 목표여야 한다는 점에서 선거를 앞둔 정치인이 복지를 논하는 것은 당연한 일임에도 복지가 정치의 제일 화두가 됐다고 새삼스럽다는 듯이 말을 한다.

왜 그럴까. 정치권에서 복지 문제를 중요시 하고 논의하는 까닭은 많은 사람이 살기 힘들어서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살기 힘들다고 느끼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많은 표를 얻기 위해선 복지를 논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정치가 복지에 관심을 갖는 현상을 온전히 선의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 걱정이다. 정치가 복지를 이용하는 것은 아닐까 해서다. 진정한 복지를 위해 정치를 하는 것이 당연한데, 복지를 정치에 이용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까닭은 정치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지금까지 정치가 이뤄진 방식이나 정치인들의 행태를 못 믿겠다는 뿌리 깊은 불신을 제거하지 않는다면 복지를 외쳐대는 정치인의 모습을 표를 얻기 위한 위선일 뿐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이러한 정치에 대한 불신은 근대사회 이후 정치를 권모술수를 통해 권력을 잡고 교묘하게 이를 지키려는 마키아벨리즘적인 것으로 인식하는데서 기인한다. 겉으로 말하는 정의와 내면의 술수를 분리하지 않고 정치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인이 하는 말의 진정성은 설혹 그것이 사실임에도 왜곡되게 인식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정치에 대한 시민의 불신은 개별 정치인이나 정당을 넘어 정치체계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확대됐다. 그런데 이러한 불신을 깨뜨릴 돌파구는 역시 복지일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정치는 복지를 또 앞세우고 있다. 지금까지 안보가 정당성의 근거였지만 이제는 어렵다. 카리스마적 인물론이 정당성의 근거였지만 이제는 아니다. 살기 힘든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제 정치는 진정한 복지를 위한 가치와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들이 신뢰를 얻고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정치가 변모해야 한다. 동서를 막론하고 마키아벨리즘이 위상을 떨치는 국가 중심의 패권주의가 있기 전까지 정치는 권모술수보단 가치와 철학의 실천으로 인식됐다.

서양의 철학자이자 정치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도 그의 저서 ‘니코마쿠스윤리학’에서 궁극의 선을 실현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정치를 규정하고 정치학에 관한 저술했다. 정치는 올바른 가치가 무엇인지 먼저 따지고 난 뒤 그 실천방법을 모색하는 정책을 구상해야 한다. 그렇지만 현실은 인기를 끄는 것이 무엇인지 우선 터뜨리고 보겠다는 식의 정책구상을 하고 있다.

이제 정치가 복지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상황에서 정치가 가치와 철학을 가지고 복지와 상통한지 아닌지를 판단해야 한다. 정치는 국가의 모습과 장래를 구상하고 일맥상통하는 복지정책을 내 놓아야 한다. 사회복지 실천의 기본가치는 개인의 자유와 인간존엄성이다.

따라서 정치가 표방하는 복지시책도 이러한 가치에 부합해야 될 뿐 아니라 자유롭고 인간적 가치가 보장되는 국가를 유지하고 가꾸려는 노력이 함께 어우러져야 진정성 있는 복지시책이라고 평가받을 것이다. 국가의 유지와 발전은 물론 시민의 행복이 최대한 보장되는 복지정책이 힘을 발휘하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

/권정호 인천대 사회복지과 교수 문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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