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화재현장을 목격하는 즉시 119로 전화하라고 배웠다. 어른이건 아이건 우리사회에서 불만 보면 119로 화재신고하는 것은 오랜전통이 됐다. 화재는 초동진화의 중요성이 언제나 강조돼 왔다.
그러나 경기도에서는 119도 통하지 않게 됐다. 어른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119로 전화를 걸어 “나 도지사인데 거기 누구에요”로 시작된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119논란이 재점화 되는 형국이다. 김 지사가 소방대원 원대복귀로 일단락된 119 전화논란과 관련해 또 다시 네티즌들의 뭇매를 맞고 있다. 7일 서울 택시 민생탐방 자리에서다. 많은 도민들은 경기지사가 관내를 벗어나 서울까지 원정 가 택시 민생탐방을 하는 것도 못마땅해하는 부분이지만 이날 발언은 뭔가 분위기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느끼게 한다.
김 지사는 이날 “장난 전화가 아니라고 여러 차례 말했으며, 관등성명을 대는 것은 기본”이라고 말한 것이다.
자신의 119논란에 대해 알려진 것과는 달리 크게 잘못됐다고 보고 있는 것 같지 않다. 바꿔 생각해보자. 긴박하고 당황스런 목소리를 기다리고 있던 119소방대원이 걸려온 전화를 받는 순간 “나 대통령인데...”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고 치자.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소방대원이 누가 있겠는가 하는 점이다. 이런 높은 지위의 119 상황점검 전화가 일상화 된다면 긴급하게 이용해야 하는 119 신고전화에 크게 구멍이 뚤리게 된다.
김 지사의 이런 발언에 대해 대다수의 네티즌들은 “반성은커녕 책임만 회피하려 한다”며 발끈하고 있다. 119 전화논란은 당시 실시간 검색어에 랭크되는 한편 김문수 패러디까지 등장하는 등 큰 파장을 남겼다.
더 큰 문제가 생겼다. 경기도가 행정민원 전화를 소방서의 119로 통합하는 구상을 내놨기 때문이다. ‘원스톱 시스템’ 구축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 구상은 119 전화로 현재처럼 긴급을 요하는 화재나 구급신고 이외에 각종 민원사항 접수까지 받겠다는 것이다. 119 화재신고를 받고도 소방차 출동이 늦어진 적도 있었다.
2010년 경기도 소방재난본부에 접수된 장난 전화는 3천200여 건이다. 휴대전화 보급확대 등으로 장난전화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대안 없이 119 긴급전화를 사사로운 일반 민원접수 창구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경기도의 안일한 대처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경기도에서는 화재나 인명구조를 위해 119로 전화를 하는 것 보다는 동네 쓰레기 치워달라거나 수도관 터졌다고 신고하는 민원전화로 전락하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