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썽 많던 ‘미디어렙법’이 국회를 통과할 전망이다. 5일 한나라당이 단독으로 국회 문광위에서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고, 야당도 말리는 시늉만 하면서 ‘미디어렙법’ 통과를 방조했다.
이제 남은 절차는 국회 법사위와 국회 본회의 표결이 남아있지만 현재 분위기로는 통과에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인다. 미디어렙(Media Representative)은 방송사의 위탁을 받아 광고주에게 광고를 판매하는 회사를 말하는데, 그동안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가 독점으로 이 같은 지위를 누려왔다.
그러나 지난 2008년 헌법재판소가 한국방송광고공사의 판매대행 독점이 헌법에 불합치 된다고 판단한 후 국회를 중심으로 민영 미디어렙 만들기가 추진돼 왔다. 그동안 거대언론을 중심으로 너도나도 영향력을 앞세운 이익챙기기에 여념이 없었으며 결과적으로 지방지만 고사(枯死)당하는 것으로 종착되고 있다.
우선 각종 특혜를 받고 출발한 종편은 현재 논의중인 ‘미디어렙법’에 의하면 2년이상 독자적인 광고영업이 가능하다. 이 경우 언론의 힘으로 정부와 기업들을 상대로 광고 따기에 혈안이 될 것은 분명하고 거의 제로섬게임에 돌입한 광고시장을 놓고 볼 때 언론약자들의 피해는 불문가지다.
또 SBS는 민영방송이라는 이름으로 종편에 동승하고 있으며 공영방송인 KBS는 시청료인상이라는 당근에 안주할 가능성이 농후해져가고 있다. 여기에 MBC가 반발하며 반대여론을 조성하고 있으나 이 역시 정치권의 나눠먹기라는 유혹이 있을 경우 마다하지 않을게 분명하다.
지역방송과 종교방송 등도 이미 종편과 같은 혜택이 주어지자 법안통과를 국회에 주문하고 있으며, 방송가 소문에 의하면 영향력있는 종교계 지도자가 정부에 압력까지 행사했다고 한다.
결국 이제 광풍이 몰아치는 벌판에 홀로 남겨진 것은 지방지밖에 없다. 한국방송광고공사의 자료에 따르면 미디어렙이 제한경쟁으로 굳어질 경우 지방지는 첫해 광고수입이 19.7%, 둘째 해에는 42%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수치는 지방지의 이익감소가 아니라 몰락을 의미한다. 거대언론이 공공재인 전파와 신문을 사익 챙기는 도구로 휘두르면서 지방의 정체성과 언론의 다양성을 어깨에 메고 있는 지방지의 목줄을 누르고 있는 것이다. 물론 한나라당 홍사덕 의원 같은 언론인 출신이 나서 미디어렙에 따른 지방지의 위기극복을 주문했으나 이는 거대언론의 목소리에 함몰돼 버렸다. 이제 지방지가 숨을 쉴 수 있는 방법은 정부의 각성과 보완책 밖에 남지 않았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