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년 새해가 밝았어도 우리사회는 나날이 조직적이고 위협적인 학교폭력의 심각성과 청소년들의 자살로 세간이 불안하고 떠들썩하다. 지난 세밑에 광명시 중·고등학생으로 구성돼 있는 청소년참여위원회에서 시의원들과의 간담회를 요청해 왔다. 과연 중·고등학생들이 하고 싶은 얘기가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으로 간담회에 참여했다. 간담회 자리에서 청소년참여위원들은 시의원을 비롯한 기성세대에게 우리 청소년들이 바로 설 수 있는 여러 대안을 제안했다.
첫째, 청소년 독서문화 활성화를 위해 정기적으로 모여 독서하고 토론할 수 있는 독서 토론의장을 제공해 달라는 것과 둘째, 청소년들이 삶의 주체로 정기적이고 지속적으로 문화예술 활동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모든 청소년이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구축해 달라는 주문이다. 독서 토론방과 청소년 문화존을 구성해 줄 것을 요구한 것이다.
올해부터는 주 5일제 수업으로 전면 놀토가 시행된다. 교육당국은 제도만 시행했지, 이에 대한 대책이 전혀 마련되지 못한 현실에서 입시 경쟁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무너지는 가족관계, 자아 상실감 등으로 설 곳이 없는 청소년들의 방과 후 시간은 불 보듯 훤하다.
청소년들이 여가를 보내는 곳을 조사해 보면 분식집, 노래방, PC방으로 한정돼 있다. 최근 대구 중학생 청소년 자살 사건의 발단도 인터넷 게임 놀이로 인해 시작된 사건이다. 핵가족화와 맞벌이 가구의 급속한 증가로 가족간의 대화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방임으로 인한 청소년들에게의 무관심은 이제 가정의 문제만이 아닌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힘들고 가난했지만 성적이 우선 순위가 아닌 인간다움의 감성과 인성을 키울 수 있었던 학창시절을 생각난다. 명문대학만 고집하는 입시 풍토와 생존경쟁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어른들뿐 아니라 아이들까지도 인간다움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청소년들의 소통과 화합을 위한 청소년 문화존을 설치하자. 문화 예술 활동은 인간의 정서를 순화시키고 새로운 열정을 주는 힘을 가지고 있다. 경쟁적 입시 스트레스와 가족의 붕괴, 애정결핍으로 인해 궁지에 내몰린 청소년들은 자존감을 상실해 폭력적이고 비관적이다. 이들에게서 희망적인 미래는 찾기 힘들다. 지금도 우리 주변에는 오고 갈 때 없는 청소년들이 방황하고 있다.
광명시는 2013년 준공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청소년 수련관 건립을 앞두고 있다.
그리고 올해 철산동 청소년문화의집과 도서관이 개관할 예정이다. 청소년들에게 공부만이 전부가 아닌 창의적 활동과 인성교육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에서 사회적으로 인정된 안전한 곳에서 춤을 추고 악기를 두드리고 역할극을 통해 억눌린 감정이 분출하게 돼 자존감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청소년이 그들의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책임과 의무를 심어줄 수 있는 문화의 장을 만들어 주고 지역 행사도 지역 기관과 연계해 청소년들과 함께 한다는 지자체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겠다.
청소년들이 다양한 재능과 끼를 발산할 수 있는 꿈과 희망이 있는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고 싶다.
/고순희 광명시의회 운영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