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06 (월)

  • 맑음동두천 25.8℃
  • 구름조금강릉 27.3℃
  • 맑음서울 26.6℃
  • 구름많음대전 25.0℃
  • 흐림대구 22.6℃
  • 흐림울산 23.8℃
  • 구름많음광주 24.8℃
  • 흐림부산 27.2℃
  • 구름조금고창 25.2℃
  • 제주 24.5℃
  • 맑음강화 25.7℃
  • 구름많음보은 24.4℃
  • 구름많음금산 25.9℃
  • 구름많음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2.1℃
  • 구름많음거제 25.3℃
기상청 제공
“감푸른 바다 바다 밑에서, 줄지어 떼 지어 찬물을 호흡하고, 길이나 대구리가 클대로 컸을때(중략) 어떤 외롭고 가난한 시인이, 밤늦게 시를 쓰다가 쇠주를 마실 때, 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다, 그의 시가 되어도 좋다 짝악 짝 찢어지어, 내 몸은 없어질지라도, 내 이름만 남아 있으리라, 명태라고 이 세상에 남아 있으리라”

이미 고인이 된 성악가 오현명 선생의 주요 레퍼토리이자 그의 분신처럼 여겨진 한국가곡 ‘명태’의 가사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가곡을 꼽노라면 늘 앞을 다투는 인기곡으로 한국인의 정서가 그대로 녹아있다는 평을 듣는다. 특히 오현명 선생이 베이스의 중후한 음성으로 “~쇠주를 마실때”하고 한 호흡을 조절한 뒤, “카아~”라는 후렴을 받아칠 때면 누구나 미소를 짓게 하는 마력을 갖고 있다.

가사에도 나오지만 명태는 검푸른 바다 밑, 찬 물에서 떼 지어 사는 동해안 대표 어종이다. 이유원의 임하일기에는 명천(明川)에 사는 태(太)씨 성을 가진 어부가 잡아 진상을 했다고 해서 ‘명태’라 이름했고, 이만영의 재물보에는 북해(北海)에서 나기 때문에 ‘북어’라고 명명했다.

우리 서민들과 유독 친근한 명태는 한 번 잡으면 버릴 것이 없는 생선으로도 유명하다. 우선 명태치어를 말리면 술꾼들이 좋아하는 고소한 ‘노가리’가 되고, 얼린 명태를 말하는 동태는 동태찌개나 동태찜으로 밥반찬과 술안주로 으뜸이다. 요즘 같은 겨울철에는 생태로 끓인 생태찌개나 매운탕은 그 얼큰한 맛으로 인기 상종가를 누린다.

반건조 명태인 코다리는 조림으로, 바짝 말린 북어는 북어국으로 거듭나 속을 해장하는데 콩나물국과 쌍벽을 이룬다. 여기에 귀족풍의 윤기가 도는 황태는 조상님을 모시는 제사상에도 오르니 어디 하나 소홀히 할 수가 없다. 특히 여성들이 좋아하는 명란젖과 창란젖 역시 명태의 알과 창자로 만드는 밥도둑이니 명태의 쓰임새는 무궁무진하다.

그런데 명태가 우리나라에서 자취를 감췄다. 1940년대 연간 어획량이 27만톤에 달하던 명태가 1980년대에 들어 연간 10만톤으로 급감하더니 최근에는 불과 1톤여 밖에 구경할 수 없는 희귀종이 됐다. 이 같은 현상을 반영하듯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농수축산물 가운데 밀수 1위는 명태였다고 한다. 동해 바다의 수온을 올린 온난화가 주범이다.

찬물에 사는 명태는 북으로, 북으로 올라갔고 동해에는 아열대 어종이 판을 친다. 이제 환경보호 없이는 안주상에서 명태가 영원히 퇴장할 위기에 몰렸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