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의 묵은해가 서해로 가라앉고, 2012년 새로운 태양이 동해로 떠올랐다. 흑룡의 해, 임진년 설날이 며칠 앞으로 다가 왔다. 임진년이라면 임진왜란(壬辰倭亂)을 떠올리게 되고, 6.25가 치열 할 때에도 임진년이었다. 이번 임진년에는 결코 환란이 없기를 바라지만, 국내외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설’이란 새해의 첫날이란 뜻이다. 그리고 ‘낯설다’, ‘조심하다’는 의미의 신일(愼日)이라고도 한다. 한때 우리의 전통 설에 양력을 도입해 음력설을 쇠지 못하게 하고 양력 1월 1일, 신정(新正)을 쇠게 하기도 했다. 그러나 수천 년 전통의 고유문화가 하루아침에 바꾸어지지 않고 이중과세(二重過歲)의 부작용과 국민여론도 좋지 않아 다시 음력 정월 초하루로 되돌리게 됐다.
설은 삼국시대부터 그 기록이 나타난다. 신라인들은 원일(元日) 아침에 서로 하례하며 왕(王)이 연회를 베풀고 신(神)에게 제사했다. 백제도 천지신명께 제사를 지내고 시조 동명왕 사당에 배알했다고 한다. 고려시대에는 설이 정월 대보름과 함께 9대 명절이었으며, 조선시대에는 설날과 한식, 단오, 추석 등 4대 명절이었다. 설은 이미 삼국시대 이전부터 우리 민족의 중요한 명절이었음을 알 수 있다.
세시풍속으로는 설날 아침 일찍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는 차례, 조부모, 부모 등 윗사람에게 절하는 세배, 일찍 일어나 세수하고 새 옷을 입는 설빔, 그 외 덕담하기, 복조리 걸기, 윷놀이, 널뛰기, 지신밟기, 연날리기 등등 그 종류가 다양하다.
근래 우리나라의 산업화, 세계화와 더불어 우리 고유의 세시풍속 등 전통문화가 점차 사라지고 크리스마스,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등의 외국문화가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3일간의 설날 연휴를 관광지나 외국 여행지에서 보내기도 한다. 심지어 관광지의 콘도에서 합동 차례를 지낸다고도 한다. 이제 중국이나 일본, 동남아 등지의 호텔 방에서 와인으로 차례를 지내게 될 지도 모르겠다. 조상님들께서 생전에 드시지 못한 와인과 하지 못한 외국 구경까지 하시게 될 것 같다.
우리가 어렸을 적만 해도 세시풍속이 그대로 살아 있었다. 맛있는 음식과 새 옷을 입을 수 있는 설날을 잠을 설치며 기다렸다. 설날 아침이면 새 신발과 새 옷으로 갈아입고 차례를 지낸 다음 어른들에게 세배를 드리고, 가까이 있는 조상님의 산소에 들린다.
그리고 친척 형들과 같이 마을 어른들에게 세배 드리러 다녔다. 설은 농악 등 각종 놀이로 정월 보름까지 계속됐다. 정월 대보름날 쥐불놀이를 끝으로 들뜬 설에서 일상으로 돌아온다. 우리의 전통문화인 세시풍속이 사라져 가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새해에는 총선 및 대선을 치뤄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청년실업, 물가, 부동산 등의 심각한 문제들이 뉴스를 어지럽히고 있다. 이런 가운데 양대 선거까지 치르려면 정치인들의 관심은 온통 선거에 가 있어 민생 문제는 뒷전일 것이다. 북한에도 절대 권력자 김정일의 사망 이후 햇병아리를 앉혀 놓고, 어떤 방향으로 튀게 될 지 예측 할 수 없어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임진년 새해에는 나라 안 밖의 모든 문제들이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잘 해결돼 모두가 행복한 한해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김용순 시인·수필가
▲월간 한국수필 등단 ▲한국문인협회, 한국수필가협회 회원 ▲가평문인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