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의 갑작스런 죽음은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안보 상황에 대한 돌발변수가 되고 있다. 북한의 통치 엘리트들은 현 김정일-김정은 정체를 유지해야 한다는 궁극적 이해관계를 공유한다. 흔히 후계자로 떠오른 김정은의 나이와 경험 때문에 권력누수현상이 일어나 북한권력 내부에서 쿠데타 등의 정권 변동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예측들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시각은 북한과 같은 권력 체제의 속성 가운데 중요한 부분을 간과하고 있다. 대체로 북한과 같은 개인의 폭력적 카리스마에 기초하고 있는 권력 체제는 독재 권력자 개인의 위대한 영웅적 카리스마가 정권의 정통성의 핵심이다. 이러한 독재자 개인의 영웅적 카리스마는 실제로 그 개인이 무력 또는 정권 지배력을 가지고 있는가와는 별개의 문제이다. 독재자 개인이 실제 지배력을 가지지 못한 무능한 개인이라 하더라도 그를 둘러싼 주변의 실제 권력을 장악한 지배 엘리트 가운데 그 누구도 독재자를 대치할 만한 영웅적 카리스마를 가지지 못하는 실정이라면 오히려 이 허약한 지배자를 더욱 부각시키며 그를 정점으로 권력 구조를 공고히 하려는 방향으로 지배 엘리트들이 함께 행동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이들 지배 엘리트들의 정치적 권력과 경제적 부, 모든 문화적 혜택, 일상생활에서의 특혜는 독재 정권의 유지라는 현상 유지에서 나온다는 것을 모든 지배 엘리트가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의 경우 김정은이 실효적인 정치 지배력을 갖던 그렇지 않던 무관하게 북한의 지배 엘리트 집단은 그를 그들의 지배자로 내세울 것이며, 김정은을 정점으로 한 북한 정체를 유지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려 할 것이다.
하지만 김정은 체제의 경우 김일성 또는 김정일 체제와는 달리 내적 취약성을 가진다. 북한의 경우 전형적인 조폭정권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지도자 개인의 폭력적 카리스마에 그 정통성의 기반을 두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이러한 폭력적 리더십 또는 보스로서의 카리스마를 정교하게 쌓기 전에 갑작스럽게 지도자의 자리에 등장하게 돼 불완전한 권력 정통성의 위험을 안게 됐다.
이는 북한에게 중요한 두 가지 문제를 던져 주게 되는데, 하나는 정통성 부재의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외세인 중국에 더 의존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다음으로 정통성이 부족한 김정은 정체는 김정은의 경험 부족과 리더십 부족 등과 어우러져 북한식의 세도정치적인 모습을 띨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는 김정은이 북한의 정체유지와 통합과 안정을 위해 상징적으로 북한의 영도자로 전면에 나서고 실질적인 권력을 김정은 이외의 다른 북한 통치 엘리트가 장악하는 시나리오를 의미한다. 이 경우 북한에서는 처음으로 권력이 두 사람 이상으로 나눠지는 분점이 일어나게 되는데, 이 틈새에 중국의 영향력이 더욱 크게 침투할 가능성이 커지게 될 것이다.
한편 중국은 북한이 안보·경제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기에 더욱 적극적인 개입을 시도할 것이다. 우선 안보적으로 북한은 중국의 완충지대로 북한 지역을 한국과 미국 등의 잠재적 위협세력이 장악하게 되는 시나리오를 절대적으로 피해야 하는 이해가 있다.
다음으로 중국은 북한지역에 경제적인 이해를 갖는데, 북한은 중국에게 값싼 노동력과 자원을 제공하고 중국 제품에 시장을 제공하는 전형적인 식민지와 같은 지역이다. 더불어 북한은 주요 시장인 한국과 일본에 적극 진출할 수 있는 전진 기지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러한 북한의 입지 조건은 그 배후인 중국의 동북3성의 경제 개발을 위한 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과 어우러져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결국 이러한 북한 통치엘리트의 상황과 중국의 이해가 결합돼 김정일 사후의 북한은 중국의 영향력이 상당히 투사된, 김정은을 중심으로 결집되면서 실질적인 통치력은 다른 보다 경험 많고 노련한 통치 엘리트에게 주어진 형태의 정체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윤민우 한세대 경찰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