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1년에 나온 영화 ‘친구’는 엄청난 관객을 모았다. ‘투사부일체’도 많은 사람들이 관람을 했다. 이 영화의 공통점은 폭력이다. 그것도 학교 폭력인 것이다. 이문열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도 학교에서 일어나는 폭력과 ‘왕따’문제를 다루고 있다. 사실 학교 폭력이나 왕따 문제는 동서고금, 어느 사회나 계층을 막론하고 늘 발생했다. 다만 정도의 차이가 있었을 뿐. 지난해 총기를 난사해 동료 4명을 죽음에 이르게 한 해병대원의 문제도 왕따와 폭력 때문이다. 영화 ‘여고괴담’도 왕따로 자살해 귀신이 된 여고생 이야기다.
학교 폭력으로 자살한 대구 중학생 사건이 보도된 후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학교폭력의 실상이 전해지면서 국민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아예 조직폭력배나 피라미드 조직처럼 집단화 돼 폭력이나 현금 갈취, 성폭행 등 범죄를 저지르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학교 폭력문제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한계상황에 이르자 급기야 국회에서도 이 문제가 논의되고 있다. 지난 12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 참석한 전국 교육감들이 현행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한 것이다.
이미 교육과학기술부는 ‘왕따(집단 괴롭힘) 폭력’ 근절을 위해 이달 말 가해 학생 강제 전학제, 학부모 소환제 등이 담긴 ‘왕따 폭력 방지법안’의 발표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시·도 교육감들이 내놓은 대책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가해 학생을 격리하고, 단계별로 징계 수위를 높이며, 가해 학생과 학부모를 공동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해당 학교에서 가해 학생을 강제로 전학 보낼 수 있도록 하고, 이 조치에 불복하는 학생은 출석정지나 유급시키거나 학부모에게 과징금을 부과하자는 방안이 제시된 것이다. 학교생활기록부에 폭력 사례를 의무적으로 기재하자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런데 처벌 밖에는 대책이 없는가? 우리 아이들에게 어째서 이처럼 ‘못된 병’이 전염됐는지에 대한 어른들의 반성은 없다. 교육이나 선도는 없고 처벌과 징계의 칼만 갈고 있다. 징계와 처벌로 그 아이가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다면 다행이리라. 그러나 자칫 인생의 낙오자로, 더 큰 범죄자로 변화할 수 있다는 우려는 들지 않는가? 학교폭력을 방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이 사회와 가정, 학교가 열린 태도로 학생들을 안아줘야 한다. 혈기왕성하고 호기심 많은 청소년들의 분출구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