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부터 이동통신사의 대리점이 아닌 다른 유통망에서 구입한 단말기도 USIM(가입자 식별카드)을 삽입하면 통신이 가능한 ‘단말기 유통 개방제도’가 시행된다.
2세대 이동통신(CDMA)에서는 단말기 식별번호와 가입자 정보가 단말기에 모두 내장돼 단말기와 이동통신서비스가 기술적으로 분리되지 않았다. 3세대 이동통신(WCDMA)에서는 가입자 정보는 USIM에, 단말기 식별번호(IMEI)는 단말기에 저장돼 USIM을 다른 단말기에 삽입해 사용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해졌다. 그런데 국내 이동통신사들은 2003년 3세대 이통통신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자사에 IMEI가 등록된 단말기만 통신을 허용하는 폐쇄형 단말기 유통제도를 운영해 왔다.
폐쇄형 단말기 유통제도는 이동통신사가 개별 단말기 정보 파악이 가능해 단말기의 도난, 분실시 이동전화 번호만 신고해도 단말기 사용을 차단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단말기 공급권한을 이동통신사가 사실상 독점함으로써 단말기 오픈마켓의 성장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단말기 가격의 투명성 논란과 이용자의 단말기 선택권을 제약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러나 해외의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IMEI가 이동통신사에 등록되지 않아도 통신을 허용하고, 분실이나 도난 등 신고된 단말기만 통신을 차단하는 제도를 운영해 이동통신사 이외에 제조사·유통업체 등 별도의 유통채널이 발달되고 유통망에 구애 받지 않고 단말기를 자유롭게 구매해 사용할 수 있어 우리나라와 대조가 된다.
방통위는 이동통신사, MVNO(이동통신 재판매 사업자), 국내외 단말 제조사, 관련 전문가 등으로 전담반을 구성해 폐쇄형 단말기 유통제도의 개선을 준비해 왔으며, 이동통신사의 시스템 개발, 제조사의 단말기 생산, IMEI 통합센터 구축 등 준비기간을 감안, 5월부터 ‘단말기 유통 개방제도’를 시행키로 했다. 제도 시행을 위해서는 이동통신사의 전산시스템 개발, 분실·도난 신고 된 단말기의 불법적인 사용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IMEI 통합관리센터 구축, 단말기에 IMEI표기, USIM 이동시 MMS(멀티미디어 메시지) 호환을 위한 표준화 등 사전에 많은 준비가 필요해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을 단장으로 하는 단말기 유통 개방제도 준비상황 점검반을 운영하고 있다.
단말기 유통 개방제도는 지금까지 유지돼 온 폐쇄적인 단말기 유통시장에 큰 변화를 일으켜 다양한 단말기 유통주체의 시장진입이 가능해지고 단말 유통망에서의 경쟁이 활성화되는 기반이 조성된다. 또 다양하고 저렴한 단말기의 국내 유통이 가능해져 저가 단말기 수요자의 비용절감은 물론 단말기 선택권이 확대되고, 특히 단말기 수급에 애로를 겪고 있는 MVNO와 선불폰 사업에도 활력소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이동통신시장에서 단말기 가격경쟁이 시작되고 단말기 보조금 보단 통신요금과 서비스를 통한 본원적 경쟁이 촉진돼 궁극적으로 통신비 부담완화에 기여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단말기 유통 개방제도가 정착하기까진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현재로는 이동통신사의 유통망에서 구입한 단말기는 보조금과 요금할인까지 받을 수 있는 반면 해외에서 구입하거나 중고 단말기를 이용할 경우엔 아무런 혜택이 없다.
다양한 유통채널이 등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단말기 구매방식에 제약이 없는 합리적인 요금할인 제도가 선행돼야 하고, 자원의 재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중고 단말기를 이용해 서비스에 가입하는 이용자에게도 요금할인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해외에서 품질이 검증되지 않은 단말기의 무분별한 국내 유통은 통화품질 저하나 AS 문제 등을 유발할 수 있어 이용자 보호를 위한 대책도 함께 마련돼야 할 과제이다.
/최성호 방통위 통신이용제도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