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을 앞두고 여야 정치권이 국회의원 공천제도 개선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16일 “국민이 고개를 끄덕일만한 기준과 틀에 따라 시스템 공천이 이뤄진다면 그게 정치쇄신의 중요한 분기점이 되리라 생각하며, 이번에 그런 공천을 꼭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한명숙 신임 대표는 15일 대표 선출 직후 기자회견에서 “전략공천을 최소화하고 완전국민경선으로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드릴 것”이라며 “반드시 공천혁명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박근혜 위원장은 ‘국민이 납득할만한’ 시스템 공천을 강조한데 반해 한명숙 대표는 아예 완전국민경선에 의한 ‘공천권 반환’을 천명했다. 이처럼 여야가 전례없는 ‘공천경쟁’에 몰입하게 된 배경에는 기성 정치와 정당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극에 달했고, 새 정치와 새 인물에 대한 열망이 그만큼 거세다는 현실적인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돈봉투 사건’은 깨끗한 정치와 돈 안쓰는 선거가 얼마나 요원하면서도 시급한 과제인지를 반증한다. 19대 총선을 한국 정치발전의 획기적인 전기로 삼기 위해서는 공천제도 개선은 물론 정치와 정당구조 전반에 대한 혁신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여야가 추진하고 있는 공천제도 개혁의 공통분모는 일반 국민의 당내 후보경선 참여에 의한 상향식 공천으로 요약된다. 한명숙 대표가 완전국민경선제 도입을 선언했고, 한나라당 비대위도 ‘개방형 국민경선제’를 실시키로 확정했기 때문이다. 미국식 오픈프라이머리인 완전국민경선은 선거권을 가진 국민 누구나 특정 정당의 경선에 참여해 당원과 동등하게 지지후보를 선택할 수 있는 제도다.
개방형 국민경선은 일반 국민의 경선 참여를 허용하되 책임당원에 대해서는 선거인단의 일정 비율을 할당해 당원의 권리를 일부 보장한다. 한나라당은 지역구 공천의 80%를 개방형 국민경선으로 치르되 국민경선 선거인단 비율은 책임당원 20%, 일반국민 80%로 각각 구성키로 했다. 하지만 개방형 국민경선제가 합리적으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여야 합의에 의해 선거법이 개정돼야 하기 때문에 실제로 도입될 것인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지역구 국회의원 출마자를 국민경선으로 선출한다는 것은 대대적인 인적 물갈이를 예고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하지만 국민경선과 인적 쇄신만으로 정당정치의 위기가 극복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역대결 구도와 세대 및 계층간 갈등, 빈부 격차, 중앙정부와 의회의 대립 및 권력구조 개편 등은 여전히 우리 정치와 정당이 본질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