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미국에서 다큐멘터리 영화인 ‘수퍼 사이즈 미(Super Size Me)’가 개봉되자 미국 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독립영화 수준에 불과했지만 감독이자 주연이고 제작과 각본까지 맡은 ‘모건 스퍼록’은 영화를 넘어 미국 사회의 가장 영향력있는 인물로 부상했다.
영화는 주인공인 스퍼록이 30일 동안 매일 3끼니를 맥도날드의 수퍼 사이즈 세트메뉴만 먹으며 변해가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담았다. 영화를 찍은 2003년, 스퍼록의 나이는 32세로 키 188㎝, 몸무게 84.1㎏의 준수한 몸매를 자랑했다.
그러나 패스트 푸드만 30일 동안 섭취한 후 그의 몸무게는 95.2㎏으로 늘었고 신체나이는 23.2세에서 27세로 4년이나 늙어 버렸다. 무엇보다 비만은 그를 우울증으로 몰았고 성기능 장애, 간질환에도 노출시켰다. 이후 영화는 비만관련 여러 소송에서 증거자료로 활용됐으며 비만을 질병으로 인식시키는 계기를 만들었다.
영화가 개봉된 2004년 세계보건기구(WHO)는 비만을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10대 요인 중 하나로 선포했다. 비만인 사람은 정상체중인 사람보다 ‘더 먼저, 더 자주, 더 심하게’ 많은 질병을 앓는다는게 의학계의 정설이다. 비만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과 차별은 물론 경제적 손실 역시 급증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조차 비만인의 의료비는 정상인보다 36%이상 추가 지출된다며 비만을 국가 재정을 악화시키고 생산성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꼽았다. 따라서 비만을 치유하기 위한 세계 각국의 노력은 눈물겨울 뿐 아니라 과감하게 진행되고 있다.
세계 최초로 비만세를 도입한 덴마크는 포화지방 2.3% 이상인 식품에 지방 ㎏당 16 덴마크 크로네(약 3천400원)의 세금을 부과하는 과감성을 보였다. 일명 ‘햄버거법’을 도입한 헝가리도 비만을 유발하는 설탕, 소금, 지방 함량이 높은 가공식품에 개당 10포린트(약 55원)의 부가가치세를 물렸다. 또 프랑스는 비만 유발인자로 청소년에 위해를 가하는 청량음료 330㎖에 0.02유로(약 22원)세금을 받아내고 있다. 반면 우리 정부는 비만세 도입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세제구조상 비만세를 도입하는데 기술적 문제가 있으며 비만세 도입으로 저소득층의 구매력이 약화된다는게 이유다. 우리의 경우 고소득층의 비만은 감소하는 반면 저소득층의 비만이 증가하는 형편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저소득층의 구매력 강화를 위해서는 다른 정책수단이 강구돼야 한다. 또 저소득층의 비만감소를 위한 과감한 정부투자가 저소득층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최선의 방안이다. 문제는 돈인데, 이는 유발인자에 매기는 것이 순리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