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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성회비 파문은 대학의 단면

대학 다닐때 기성회비를 낸 기억이 난다. 어떤 용도로 쓰여지는지도 모르고 무턱대고 내라니까 당연히 내는 돈인 것으로 기억난다. 기성회비는 학교시설 확충에 사용토록 한 옛 문교부 훈령에 따라 1963년부터 거뒀다. 징수를 직접 규정한 별도항목이 없이 관리가 대학 자율에 맡겨지다 보니 갖가지 부작용을 낳아온 게 사실이다. 대학들은 절차가 까다로운 수업료 대신 손쉬운 기성회비를 대폭 인상하는 방법으로 재정을 늘려왔다. 예컨대 2010년 수업료의 경우 2006년에 비해 5%에 오르는 데 그쳤으나 기성회비는 30%나 인상된 것이다.

국공립대학들이 기성회비 문제로 충격에 빠졌다. 서울중앙지법은 27일 국공립대 기성회비의 법적 근거가 없다며 학생들이 대학 기성회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했다. 판결이 이대로 확정될 경우 국공립 대학들은 지난 10년간 거뒀던 기성회비를 모두 돌려줘야 할 판이다. 현재의 대학등록금 가운데 기성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86%에 달하고, 돌려줄 기성회비 총액이 10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돼 대학들로선 전전긍긍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권익위원회도 지난해 기성회비 문제를 지적하며 그 폐지를 권고한 바 있어 국공립대학들로선 사면초가의 위기에 봉착한 셈이다.

기성회비 문제가 이토록 심각해지게 된 내력을 돌아보면 정부와 대학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임시방편이 관행화하면서 당연시됐고 감시감독 없이 내부관리마저 안이하게 이뤄짐으로써 뒤탈을 키운 것이다. 법원의 최종판결이 어떻게 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나 기성회비에 대한 근본적 수술이 불가피함을 일깨워준 계기가 된 것만은 분명하다. 해당 법률도 없이 관행에 의지해 등록금의 대부분을 거둬온 대학들에게 내려진 철퇴나 다름없어서다.

매우 유감스럽게도 학문의 전당이라는 대학가는 요즘 등록금 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세계 최고수준인 고액등록금 논란과 더불어 거부투쟁이 전개되자 일부 대학을 중심으로 인하 움직임이 일고 있으나 인하폭은 학부모와 학생들이 요구하고 기대하는 바에는 훨씬 못 미쳐 비판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 대부분의 대학들이 서로 ‘눈치보기’에 급급함은 물론 인하하더라도 ‘생색내기’에 그친다는 질타를 듣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다 국공립대의 기성회비 문제까지 불거져 대학가는 이래저래 곤경에 처해 있다. 기성회비 문제의 단초를 제공한 정부도 책임을 지고 수습에 나서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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