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남북관계는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우선 북한의 경우 후계자로 추대된 김정은을 중심으로 내부 결속을 다지면서 권력 이양을 순조롭게 진행하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다.
김 위원장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3남인 김정은이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됐으나 당, 정, 군 등 주요 부서를 장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권력을 승계하게 돼 장례식 직후부터 권력 승계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인민군 대장인 김정은은 당 정치국 결정에 따라 최고사령관에 추대됐고 사실상 노동당의 수반으로 당 총비서로서의 위상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의 권력기반은 고모부인 장성택 당 행정부장을 중심으로 김기남 비서, 최태복 비서가 측근으로 보좌하고, 군 실세인 이영호 총참모장을 필두로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김정각 군 총정치국 제1부국장, 우동측 국가보위부 부부장 등이 뒷받침하고 있다.
여기에 고모인 김경희와 최고인민회의 김영남 상임위원장, 최영림 내각총리 등이 가세해 김정일의 유훈에 따라 유훈통치를 실시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김위원장의 사망에도 내부적으로 북한의 권력승계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2012년 북한은 김정일의 업적을 계승함으로써 체제 안정과 김정은 시대를 준비하게 될 것이다. 북한은 김정일의 업적으로 장거리미사일과 핵무기개발을 통해 체제 생존을 도모했으며 북한식의 경제발전과 내부 결속을 이룩했다고 공식 발표한대로 당분간 김정은 체제에서도 핵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2012년 신년공동사설을 통해 ‘함남의 불길’처럼 주체식 경제발전을 추진함으로써 본격적인 개혁개방도 수용할 준비가 돼 있지 않음을 명백히 했다.
나아가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을 재차 강조할 뿐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난의 강도를 낮추지 않음으로써 당분간 남북관계 경색도 해소될 가능성도 별로 보이지 않고 있다. 김정은 세습정권의 조기 정착과 주민 결속이 중요한 만큼 당분간 수세적 입장에서 내부 단속에 집중하되 남한에서의 총선과 대선 정국에 최대한 개입함으로써 차기 정부하에서는 자신들에게 최대한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전력을 경주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북한의 의한 천안함 폭침에 대한 제재 차원에서 5.24조치를 발표했고, 이후 연평도 포격 등 계속되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 북한의 선 사과 후 대화의 원칙에 입각해 제한된 범위내에서 인도적 차원의 교류나 지원 이외에는 허용하지 않고 있다.
반면 김정일 사망에 따른 조문에 있어 정부차원에서 북한 주민들에게 조의를 표명하고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회장 등에 국한된 조문 방북을 허용했다. 이를 통해 북측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지켜보고 있다.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남북대화에도 적극 응하고 있다. 하지만 결국 사전조치에 대한 북측의 입장 변화가 해결의 단초임에는 변함이 없다.
이처럼 2012년은 남북한의 정치일정에 따라 획기적인 관계 개선보다는 향후 새로운 남북관계를 위한 안정된 기반을 구축하는데 집중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는 지난 4년 간의 원칙에 입각해 추진한 대북정책을 일관성 있게 유지해야 한다. 아울러 주변국들과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북한의 도발 의지를 사전에 억제한다면 2012년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의 토대를 마련 할 수 있을 것이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