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앞장서서 반값 등록금 운운할 때가 엊그제 인데 고작 이게 뭡니까.” 속내를 드러내는 등록금 인하폭이 국민들의 실소를 자아내게 하고 있다. 대학 등록금 인하폭이 국민의 체감 기대치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올해 등록금을 결정한 109개 대학의 평균 인하폭은 4.8%에 그쳤다. 특히 누적 적립금이 최상위권에 속한 이른바 ‘부자 대학’들이 등록금 인하에 더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 적립금 상위 10개 대학 중 등록금을 내린 6곳의 인하율은 평균 3.3%에 그쳤고 고려대와 숙명여대는 2% 인하로 체면치레만 했다.
이러니 당초 대학교육협의회가 약속했던 5% 가이드라인에도 미달하는 ‘생색내기’ 인하로 “있는 대학이 더하다”는 비판을 받는 것이다. 벌써부터 봄철 대학가에서 반값등록금 투쟁이 더 거세질 것이란 우려가 나올 만하다.
등록금을 내리기로 한 대학들의 평균 인하액은 34만원 수준이다. 학기당 겨우 17만원에 불과하다. 반면 고래대 등 주요 사립대의 등록금은 대부분 800만원을 넘고 있고, 일부 사립대의 경우 등록금이 1천만원을 웃도는 학과도 적지 않다. 살인적 등록금 부담으로 정상적인 학업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학생의 비명은 여전할 수밖에 없다. 학비 대느라 등골이 휠 정도라지 않는가.
이제 대학이 등록금 거품을 더 많이 걷어내야 한다. 대학의 방만한 재정운용과 학생과 학부모의 절박한 인하 요구 등을 감안하면 세계에서 2번째로 비싸다는 우리 대학의 등록금은 더 조정할 여지가 있을 것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각 대학이 재정을 건전하게 운용할 경우 등록금을 15%까지 내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감사 결과 대학이 예산편성을 할 때 지출은 실제 쓴 비용에 비해 많이 잡고, 수입은 적게 계상해 등록금 부담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재정 운용의 적정성을 감사한 결과 대학가에 무성하던 ‘등록금 뻥튀기’ 소문이 사실로 밝혀졌던 것이다.
감사원이 지적한 것처럼 거품을 빼내면 얼마든지 등록금 추가 인하는 가능하다. 대학은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군살을 도려내고 치적쌓기용 건물 신·증축을 지양해야 한다. 수천억원의 적립금을 쌓아놓고 있는 주요 사립대는 학교운영을 위해 내놓는 재단 전입금 비율을 대폭 늘려야 한다. 정부도 등록금을 좀 더 내릴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국가 예산을 지원하기에 앞서 대학이 먼저 더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단순히 시늉이나 생색내기가 아니라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체감할 수 있는 등록금 인하가 하루속히 이뤄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