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대기업은 매년 엄청난 이익을 챙긴다. 방송과 신문에 보도되는 대기업의 성과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이렇듯 대기업이 매년 설정한 목표를 초과 달성할 경우 협력 중소기업의 공로를 인정해 초과이익의 일부는 중소기업에 나눠주는 것이 ‘초과이익공유제’다.
‘초과이익공유제’를 처음 이슈화한 것은 동반성장위원회다. 2010년 12월 출범한 동반성장위원회는 사회적 갈등요소로 제기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목표로 설립됐다. 위원회의 성격상 정부관계자 없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관계자를 중심으로 구성됐지만 사실상 위원장인 정운찬 전 국무총리의 소신과 추진력에 좌우돼 왔다. 그동안 동반성장위원회는 대·중소기업 협력과 동반성장이라는 테마를 광범위하게 추진해 왔으나 사회적으로 가장 큰 파장을 불러온 것은 물론 ‘초과이익공유제’다.
처음 정 위원장이 대기업의 초과이익을 협력 중소기업과 나누자고 제안했을 당시 대기업들은 강력히 반발했다. 경제적 논리를 떠나 이념적 문제로까지 확산시키며 자본주의 경제체제 아래 존립할 수 없는 제도라고 파상 공세를 폈다. 당시 여당 대표는 “급진 좌파의 주장”이라고 힐난했으며 관련부서 장관은 “애초에 틀린 개념”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우리나라 대표적 재벌기업의 총수는 “사회주의 용어인지 공산주의 용어인지 도무지 들어본 적이 없는 말”이라며 “경제학에서 배우지도 못한, 누가 만들어낸 말인지도 모르겠다”고 대기업의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동반성장위원회의 대기업 대표들은 2차례나 회의에 불참하는 무력시위를 통해 ‘초과이익공유제’의 무산을 꾀해 왔다. 이같이 대기업들의 반대로 물 건너간 것으로 보였던 ‘초과이익공유제’가 극적으로 살아났다. 선거철을 맞아 정부와 정치권이 전방위적 압박을 가하자 대기업들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백기 투항한 것이다.
동반성장위원회는 2일 전체회의를 갖고 ‘초과이익공유제’를 ‘협력이익배분제’라고 문패만 바꿔달은 채 추진키로 합의했다. 대기업들의 뒷걸음질은 선거를 앞두고 재벌세 도입, 10대 재벌에 대한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 등이 터져 나오자 ‘가래로 막을 일을 호미로도 못 막는’ 일이 벌어질 것에 대한 예방조치이기도 하다.
그러나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임시방편일지, 진정으로 중소기업과 이익을 향유하며 동반성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완성해 갈지는 아직 의문이다. 선거가 끝나고 정부나 정치권이 대기업 앞에서 약해지는 때, 대기업의 진정성이 드러날 것이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