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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컬럼] 신용카드의 불편한 진실과 독일이 주는 교훈

 

지난해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언론에 등장하고 있는 사안이 ‘유럽 재정위기’이다. 그 만큼 세계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폭발력 있는 사안이다. 그런데 유럽 재정위기 문제가 불거지면서 유독 세계인의 관심과 주목을 받고 있는 나라가 있다. 바로 독일이다. 독일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유럽은 물론 전 세계 금융시장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그러면 독일은 왜 이렇게 경제적으로 강력한 국가가 됐는가? 이에 대한 대답은 수없이 많을 것이다. EU통합의 최대 수혜자, 막강한 수출경쟁력 보유, 탄탄한 산업구조, 우량한 재정상황 등등….

그러나 필자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대답하고자 한다. 독일 국민들의 몸에 베인 근검절약 정신과 검소한 지출문화가 오늘날의 독일을 지탱하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본다. 기성세대라면 누구나가 기억하는 이야기가 있다. 세 사람 이상이 모이지 않으면 성냥불도 켜지 않는다는 독일 국민의 근검절약이 제2차 세계대전으로 폐허가 된 독일에게 라인강의 기적을 가져다줬다는 이야기 말이다. 그런데 신용카드 정책업무를 맡고 있는 필자에게 유난히도 눈에 띄고 크게 보이는 독일의 모습이 있다. 그것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직불형 카드(체크카드+직불카드) 사용비율이다.

2009년을 기준으로 독일의 신용카드 대비 직불형 카드 사용비율은 92.7%에 이르고 있다. 영국이 74.4%, 우리나라가 9%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독일과는 반대로 신용카드 사용비율이 90% 수준이다. 물론 이러한 상황은 각 국의 지급결제관행이 발전돼 온 역사가 서로 다른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전통적으로 유럽은 외상(빚)으로 결제하는 신용카드보단 예금의 범위 내에서 결제하는 직불형 카드의 사용비중이 높다. 그렇지만 그 가운데서도 독일은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이태리(52.9%), 스페인(41.9%) 등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국가들일수록 상대적으로 직불형 카드 사용비중이 낮다.

이는 우연일 수도 있겠지만 필자는 꼭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 나라 국민들의 지출관행, 빚을 대하는 태도 등이 지급결제수단의 선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본다. 독일의 직불카드 사용비율이 특히 높은 것은 독일인의 검소한 지출습관, 소비보다는 저축을 미덕으로 여기는 문화에 기인한 바가 크다고 본다. 평소 절약하고 빚내는 것을 두려워하는 가계와 국가일수록 위기상황에서 그 장점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최근 우리나라는 빚을 토대로 하는 신용카드의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여기저기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가계 빚 문제가 대표적이다. 신용카드의 사용에 익숙해지면서 많은 서민가계에서 월급날의 기쁨이 사라진지 오래다. 월급날은 신용카드 결제일일 뿐이다. 그리고 월급날 다음날부터 다시 신용카드 빚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 일상화된 우리 서민가계의 모습이다. 또 신용카드사용으로 인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이자비용은 고스란히 가맹점의 수수료 부담으로 귀결되고 있다.

수수료를 내려 달라는 아우성이 그치지 않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우리에게 선진 지급결제수단이라고만 인식돼 온 신용카드는 결코 공짜가 아니고, 높은 비용이 따르는 결제수단이다. 신용카드 대신 직불형 카드가 주요 결제수단으로 자리 잡아야만 많은 서민가계가 카드빚의 사슬에서 벗어날 수 있고, 가맹점의 수수료 부담도 대폭 낮출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 신용카드의 사용을 줄이고 직불형 카드의 사용을 늘리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렇지만 결제관행은 정부의 노력만으로 바꿀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소비자, 가맹점, 은행, 카드사, 시민사회, 언론 등의 이해와 동참이 없으면 달성하기 어려운 과제다. 오늘, 독일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을 배우지 못한다면 나중에 엄청난 비용과 후회가 따를 수 있다.

/서태종 금융위원회 서민금융정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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