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날리기는 12월에서 아이들 방학이 끝날 무렵까지가 적기다. 논술 시간에 연날리기를 한다고 했다. 모르는 사람들은 논술시간에 무슨 연날리기냐고 했지만 아이들이 넓은 자연 속에서 뛰논다는 건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설득을 하자, 공부방을 운영하는 자치센터에서는 다른 아이들도 참여하게 홍보해 많은 아이들이 동참했다.
한지로 만든 가오리연은 꼬리가 2m나 된다. 꼬리에 자기 소원을 적고 예쁘게 꾸미게 했다. 아이들의 소원은 가지가지다. ‘공부를 잘하게 해주세요’, ‘우리가족 행복하게 해주세요’, ‘친구와 사이좋게 해주세요’ 등등 여러 가지다. 자디잔 글씨로 10가지는 족히 되게 쓴 아이도 있다. 아이들에게 소원을 하늘에 올린다고 하니 설레기도 하나보다. 실상 도심의 아이들에게 또 하나의 새로운 경험이며 흥미를 유발하는 놀이다.
장소는 자치센터에서 7~8분 거리의 논이다. 긴 꼬리를 사려 잡고 달려간 논은 얕은 논두렁이 있고 벼 그루터기가 발에 걸리고 운동화에 논흙이 묻는다. 하나 둘 논으로 들어서니 모두 연을 날리기 시작한다. 바람이 좋다. 연이 하늘 높이 올랐다. 거침없이 오른 연은 까마득히 보인다. 아파트와 빌딩이 솟아있고 전봇대만 솟아있어 삭막하던 하늘의 풍경이 오색으로 변하며 아이들의 장난기와 함께 장관을 이룬다.
“연아, 높이 날아라. 소원 가득 실은 긴 꼬리 연아. 하늘 끝까지 올라라.”
연이 더 높이 오르기를 바라는 마음이 절로 생긴다. 바람이 세게 불자 더 높이 올랐다.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르고 팽팽한 연줄을 조정하며 경쟁한다. 그동안 아파트가 가린 하늘을 올려볼 일이 없었다. 컴퓨터 세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올려보지 않던 하늘이다. 아이들은 연날리기를 통해 마냥 드높고 넓은 하늘을 보며 은연 중에 우주의 신비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이들만의 언어로 소원이 이루어질 빌며 하늘과 교신을 하였을 것이다.
“뚜뚜, 여기는 지상. 뚜뚜, 여긴 하늘 끝.”
연은 아주 얇은 종이지만 한지라서 잘 찢어지지 않고 잘 나른다. 하늘 높이 떠 있는 동안 연줄을 풀어주기만 하면 된다. 신나게 하늘과 교신을 하는데 갑자기 바람이 잔잔해지기 시작한다. 연이 모두 지상을 향해 곤두박질친다. 아이들은 꼬리가 땅에 닿을까봐 넓은 들판을 마구 달린다. 온종일 들판을 오가던 바람이 심술이라도 난 것인지 바람 한 점 없는 들판이 되고 만다.
아이들은 연을 올리느라 온 들판을 달리고 달린다. 숨이 턱에 닿는데 연줄이 엉키고 연이 엉키면서 아이들끼리 언성이 높다. 여기저기 연꼬리가 뜯겨져 날아다니고 하나 둘 논두렁을 넘어가는 아이들이 생긴다. 잠시 논바닥은 텅 비고 남은 몇 명의 아이들이 다시 부는 바람에 연을 올린다.
오로지 공부, 아니면 컴퓨터에만 매달리던 아이들은 벼 그루터기를 밟고 맑은 공기와 바람과 하늘을 맘껏 뛰던 일이 얼마나 신선한 산소였는지 알까? 춥고 바람 부는 요즘, 나도 모르게 텅 빈 들판을 향해 가슴이 싸해지도록 심호흡을 해본다.
▲ 한국문인협회 시흥시지부장 ▲ 시집 <산풀향 내리면 이슬이 되고> <연밭에 이는 바람>
/이연옥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