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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흔히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 함은 봄 같지 않은 봄을 일컫는다. 하지만 전래되는 고시(古時) 속에는 파란만장 시절을 살아내야 했던 여인의 한(恨)이 서려있다. 불행한 시절, 미인으로 태어나 부패한 관료체제의 불의에 의해 평생 고향을 등질 수밖에 없었고, 아들에게 시집가는 오이디푸스적 비극의 일말마저 얽혀 있다.

한나라는 건국 후부터 북쪽의 유목민족인 흉노의 침입에 시달렸고 몇 차례 전쟁에서 패한 후에는 엄청난 조공마저 바치는 입장이었다. 콧대가 높아진 흉노는 한나라 원제 때에 와서는 조공의 하나로 후궁 가운데 간택해 선우(왕)에게 바칠 것을 요구했다.

원제는 당시 관례에 따라 궁중화공이 그린 후궁의 화첩 중에서 가장 추한 얼굴을 골랐는데 그것이 왕소군(王昭君)이었다. 하지만 왕소군은 중국 역사상 월왕 구천에 의해 오왕 부차에게 보내진 서시와 삼국지에서 동탁과 여포의 사이를 갈라놓는 역할을 하는 초선, 그리고 당나라 양귀비 등과 함께 4대 미인으로 꼽힐 정도로 경국지색의 미모였다.

다만 궁중화공 모연수에게 뇌물을 바치지 않아 실물과 달리 추물로 그려졌을 뿐. 흉노로 끌려간 왕소군은 호한야 선우의 처가 돼 장남을 낳았고, 호한야의 사망 후에는 당시 흉노의 풍습대로 아들인 복주누약제 선우의 처로 들어가 딸을 낳기도 했다. 이렇듯 비극적 삶을 살았던 왕소군의 처지는 대를 이어 전해졌고 당나라 때에 이르러 시인 동방규가 불행한 여자의 일생을 산 왕소군을 위로하는 시를 지었다. 그의 시속에 ‘봄이 와도 봄 같지 않구나(春來不似春)’하는 왕소군의 심정을 갈파하는 구절이 나오는데, 슬픔 사연과 함께 오늘날까지 회자되고 있다.

4일은 24절기 중 처음으로 찾아오는 입춘(立春)이었다. 대문에는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과 같은 입춘방이 붙으며 임진년 한 해의 복을 기원했다. 하지만 이상기후로 찾아온 동장군은 물러설 줄 모르고 연일 영하 20도 안팎의 맹위를 떨치고 있다.

날씨뿐 아니라 정치권은 총선을 앞두고 살생부 등이 나돌며 살풍경을 연출하고 있으며 냉기가 도는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언제나 훈풍을 맞을지 약속이 없다. 또 시리아에서는 연일 수백명의 무고한 시민들이 독재의 총구에 희생되고 있으며 유럽은 지난해부터 계속된 경제난 속에 신음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고 계절이 바뀌면 따뜻한 날씨는 회복되겠지만 서민들과 억눌린 자들의 삶에는 언제나 봄이 찾아올지 모르겠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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