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의 탐욕이 끝이 없다. 등록금은 쥐꼬리만큼 내린 일부 사립대들이 수업 일수를 축소하거나 시간강사를 줄이는 등의 수법으로 인하분을 벌충하려는 ‘꼼수’를 부린 것으로 나타났다. 또 숙명여대를 운영하는 숙명학원은 기부금을 재단전입금으로 위장하는 등 편법으로 회계를 운영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지성의 요람인 상아탑에서 편법과 꼼수가 활개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한양대와 광운대는 올해부터 학기당 수업 일수를 16주에서 15주로 1주일 줄인다고 한다. 두 대학은 등록금을 겨우 2% 내렸다. 특히 한양대는 따로 돈을 내야 하는 계절학기 수업은 4주에서 5주로 늘리고, 계절학기 이수가능학점도 6학점에서 9학점으로 늘렸다고 한다. 학생들의 추가부담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또 서강대, 경희대, 한국외국어대는 전임교수의 강의를 늘리고 별도로 인건비가 드는 시간강사의 수업을 줄일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등록금을 불과 2.3% 내린 연세대에서는 성적우수장학금 수령자로 뽑힌 학생이 나흘 만에 취소 통보를 받았다며 대학 홈페이지에 글을 올렸다. 학교 측은 가계곤란장학금을 늘리는 과정에서 혼선이 있었다며 번복했지만 학생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대학들이 여론에 밀려 겉으로는 등록금을 내리는 시늉을 하고 뒤로는 수업 일수나 장학금을 줄이는 등 각종 꼼수를 부린 것이다.
숙명학원은 1995년부터 2009년까지 15년간 동문이나 기업 등으로부터 받은 발전기금 총 685억원을 법인 계좌를 거쳐 학교 측에 전달해왔다고 한다. 기부금을 대학의 운영지원자금(법인전입금)처럼 보이게 하려고 편법을 동원한 것이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기부금은 곧바로 교비회계로 수입 처리해야 한다. 숙명학원은 교직원 연금과 건강보험료 가운데 법인이 지원해야 하는 법정부담금도 1998년부터 한푼도 내지 않아 학생들의 등록금에 전가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숙명여대의 등록금 의존율은 2000년 52.1%에서 2010년 65.8%로 급등했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이른바 명문 여대에서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니 한마디로 기가 찰 노릇이다.
숙명학원은 이번 일에 대해 학생들에게 사과하고 법정부담금 문제 등을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등록금을 기껏해야 10만원 정도 내려놓고 이를 벌충하기 위해 교육의 질을 낮춰 학생들에게 또 다른 피해를 안기려는 다른 사립대들도 마찬가지다. 수입일수 단축 등의 조치를 즉각 철회하고 학생들에게 사과하길 바란다. 정부도 이들 대학에 대해 지원을 중단하는 등 강력히 제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