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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사과나무보다 사과씨앗이 중요한 이유

 

옛 얘기 하나. 춘추전국시대의 거상으로 많은 부를 축적한 여불위는 조나라에 들렀다가 마침 진나라에서 볼모로 와 있던 왕자 자초를 만난다. 여불위는 자신의 전 재산을 자초에게 투자했다. 심지어 자신의 아기를 임신한 애첩까지 바쳤다. 여기에 온갖 노력과 공작을 더해 마침내 자초가 진나라 왕이 되게 한다.

그 왕이 불과 3년 만에 죽자 여불위의 아들이 왕위에 오르니 그가 곧 진시황이다. 여불위는 통일 진나라의 승상으로 10여 년간 정사를 오로지하며 갖은 부귀영화를 누린다.

요즘 얘기 하나. 인구는 한국의 7분의 1에 불과하고, 아무런 자원도 없는 사막의 나라가 있다. 그런 나라가 미국 나스닥시장에서 미국을 제외한 상장 기업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의과대학 수는 미국의 30분의 1밖에 안 되지만 전 세계 바이오 벤처 70%를 만들어 낸다. 바로 이스라엘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스라엘에서는 13살이 되면 성년식을 치르는데 중산층 가정 기준으로 보통 1억원 정도의 종잣돈을 모아준다고 한다. 그때부터 아이는 스스로 돈을 관리하며 자신의 사업을 준비하며 구상한다고 한다.

첨단 지식국가도 그 시작을 보면 작은 것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투자 대상이 개인이든 기업이든, 초기 투자는 성공에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 21세기 지식재산강국을 꿈꾸는 우리나라는 그런 미래에 걸맞은 투자를 하고 있는가. 혹시 우리는 묘목은 기르지 않으면서 대들보가 될 동량이 나오지 않는 것만을 한탄하고 있지는 않은가.

통계를 보면 아직도 우리 젊은이들에게 창업은 해볼 만한 ‘도전’이라기보다 무모한 ‘모험’으로 인식되는 면이 강하다. 지난해 신설 법인 수가 6만5천개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지만 창업자들에게는 필요한 초기자본을 뒷받침하는 에인절 투자는 거의 ‘실종’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에인절 투자는 지난 10년간 급감해 벤처 붐이 일었던 2000년 5천493억원에서 2010년 326억원으로 줄었다. 에인절 투자가 창업 기업 소요자본의 50%를 충당하는 미국과 비교해 보면 우리의 창업여건이 얼마나 열악한지 알 수 있다.

다행히 최근의 사회적 분위기는 젊은이들의 창업을 지원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정부도 지난해 9월 당정협의를 거쳐 청년창업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고 척박한 창업 투자환경에 에인절 투자라는 오아시스를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지난해 말 에인절투자지원센터를 설치했으며, 정부과 민간이 함께하는 ‘에인절매칭펀드’ 규모는 지난해 100억원에서 올해 800억원으로 늘린다. 또한 법을 개정해 에인절 투자에 대한 소득공제를 10%에서 20%로 늘렸다.

여기에 최근 들어 성공한 벤처1세대 기업가가 하나둘씩 에인절 투자자로 등장하고 있다. 티켓몬스터처럼 신생 기업에서 성공한 사업 모델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이제 우리 젊은이들이 미지의 보물섬을 향해 떠날 수 있는 분위기는 어느 정도 갖추어져 가고 있다. 남은 문제는 항해를 책임질 젊은이들이 여러 가지 어려움을 무릅쓰고 도전할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를 어떻게 마련하느냐다.

진정으로 우리 경제의 앞날을 걱정한다면 지금 우리가 할 일은 당장에 열매 맺기를 바랄 것이 아니라 미래 산업을 선도할 창업기업 투자를 활성화하고 이를 북돋우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올해에는 우리도 에인절 투자가 활성화돼 창업과 투자가 선순환되는 벤처생태계가 조성되기를 기대해 본다.

/서승원 중기청 창업벤처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