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를 앞둔 정치권이 지나치게 ‘표(票)퓰리즘’에 함몰되고 있다. 뚜렷한 재원대책 없는 복지 공약을 쏟아내더니 이번에는 금융의 원칙과 상식을 무시한 법 개정에 나서고 있다. 지난주 국회 정무위가 여야 합의로 통과시킨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과 저축은행 피해구제 특별법은 누가 봐도 무리수다. 정치권이 단지 표에 눈이 멀어 이런 법안을 강행 처리한다면 그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여전법 개정안은 영세가맹점 수수료율을 정부가 정하고 카드사가 의무적으로 따르도록 한 것이다. 최근 영세사업자와 카드사 간의 수수료를 둘러싼 힘겨루기를 의식해 만든 개정안이다. 대형 업체에 비해 수수료가 높은 소상공인들은 반길 수 있다. 하지만 공공요금도 아닌 민간 기업간의 수수료율을 정부가 정하도록 한 것은 명백히 시장 원리에 어긋나는 일이다.
저축은행 피해구제 특별법 역시 위험 수위를 넘어선 ‘표퓰리즘’이다. 이 특별법은 예금 보호한도인 5천만원을 초과하는 예금액과 후순위채 투자금의 55∼65%를 보상해준다. 예금 보호를 5천만원 이하로 제한하는 것은 예금자와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것이다. 은행.보험.카드 등 다른 금융권 고객들이 부담한 예보기금을 제멋대로 끌어다 저축은행 피해자에게 쏟아붓는 것도 심각한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선심성 공약에 선제 대응을 하고 나선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 대통령은 13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저축은행 특별법 등 불합리한 법안에 대해서는 입법 단계부처 각 부처가 적극 대처해달라”고 지시했다.
특히 이 대통령이 법안에 대해 ‘불합리하다’고 규정함으로써 이른바 ‘포퓰리즘법’으로 지적받는 법안들을 본회의까지 통과시킬 경우 최종 단계에서는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두 법은 애초부터 시장원리를 내팽개친 기이한 법이다. 정치권은 표심을 얻기 위한 ‘구애’도 정도껏 해야 한다. 자본주의 체제와 금융질서를 흔들어 놓는 이러한 법은 곤란하다. 국회 본회의에서 절대 통과되는 일이 없기를 기대한다. 나라망치는 ‘표퓰리즘’을 제도적으로 방지할 장치마련이 시급하다.
지역국회의원들이 총선을 앞두고 쏟아내는 공약들도 허구로 가득차 있다. 근거도 없는 공약날발이나 지자체 사업에 슬그머니 끼어들어 공 가로채기는 예삿일이 되었다. 이러한 공약들이 유권자들을 현혹시켜 판단을 흐린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