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학생 K(14)군이 같은 반 학생들로부터 장기간 상습적인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유서를 남기고 자신이 사는 아파트에서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해 학부모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특히 K군은 자기주변을 정리하며 죽음을 선택하기까지 “죽고 싶다”는 등의 메시지를 남겼는데도 주변에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
학교폭력이 점점 저연령화되면서 초등학교 때 시작된 왕따 폭력이 중학교 1학년 때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앞으로는 왕따 폭력을 경험하는 시기가 더 앞당겨져 몇 년 내 학교폭력의 중심 축에 초등학교 고학년(5, 6학년)이 포함될 수 있다. 이는 청소년의 신체적 발육이 왕성해지면서 사춘기가 빨라지고 인터넷과 게임 등을 통해 폭력문화를 접하는 연령이 계속 낮아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는 경찰관 신분으로 지난해 3월부터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관내 학생들을 상대로 심리상담을 해 오고 있다. 최근 상담을 통해 만난 A(17)군은 학교폭력 휴유증으로 갑자기 등교를 거부했던 학생이다. 가정방문을 통해 “무슨 일이 있더라도 학교에는 꼭 나와야 한다”라고 간곡히 설득하자 “나를 위해 진심으로 충고해준 사람은 아저씨가 처음이에요”하면서 결석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A군은 지금 열심히 공부하며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다.
안산상록경찰서에서는 지난 2월 4일 심리상담을 통해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민·경 합동 청소년 심리상담사를 발족한 바 있다. 오는 3월 2일 개학과 동시 심리상담사 자격증 소유 경찰관을 학교폭력 발생이 많은 중학교에 1학교 1경찰관으로 우선 배치하게 된다. 또 앞으로는 초·고등학교에도 배치하기 위해 심리상담사 자격취득을 위한 교육을 3월 3일에 개강할 예정이다.
학교폭력으로 극심한 고통과 자살충동을 느끼면서도 주변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학생들이 많을 것이다. 갈수록 다양화되는 학교폭력을 뿌리 뽑기 위해서는 철저한 예방교육은 물론이고 피해학생의 적극적 보호와 가해학생에 대한 엄정한 조치가 요구된다.
또 집단교육보다는 인성교육의 강화와 함께 개인별 맞춤교육이 돼야 한다. 적극적인 상담과 우리 모두의 관심은 학교폭력 치유와 예방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아닌가 싶다.
/최태수 안산상록경찰서 순찰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