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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노블레스 오블리제

천년왕국 로마를 버틴 것은 귀족들의 살아있는 정신이었고 로마를 멸망의 길로 내몬 것도 귀족들의 타락이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세계 중심지이자 인류문명 최초의 세계국가로 팍스로마나(Pax Romana)를 구가했던 시기, 로마 귀족들에게는 귀족의 권리에 앞서 귀족의 의무를 중시하는 불문율이 존재했다.

로마 귀족들은 어릴 때부터 “고귀하게 태어났으면 고귀하게 행동하라”는 정신을 가슴에 새겼다. 나아가 귀족으로서 ‘노블레스 오블리제’ 정신의 실천만이 노예와의 차별점이라는 의식이 팽배했다. 그렇기에 로마의 귀족들은 각종 전쟁에 앞다퉈 지원해 전선으로 나갔고 많은 수의 귀족들이 희생당했으나 이를 가문의 명예로 여겼다.

높은 신분에 따른 높은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제’의 정신은 14세기 백년전쟁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군의 총공세에 항복하게 된 프랑스 도시 ‘칼레’는 자비를 구하는 사절단을 보냈으나 영국왕 에드워드3세는 시민대표 6명의 처형을 요구한다. 항복조건에 모두가 망설일 때 칼레의 최고 부호가 처형을 자청했고 이어 시장과 법률가, 상인 등의 귀족들이 뒤를 따랐다.

이들의 용기있는 행동에 감복한 에드워드3세는 처형을 무효화하는데 이후 ‘칼레의 시민’들은 ‘노블레스 오블리제’의 모범으로 회자된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를 건설한 영국의 ‘노블레스 오블리제’도 귀감이다. 지난 주 해외소식에는 비행기에 탑승한 영국 육군의 아파치 헬기 조종사인 해리왕자의 사진이 실렸다. 왕위계승 서열 3위인 해리왕자가 교육을 마치고 세계적 위험지역인 아프카니스탄으로 파병된다는 설명과 함께다.

이에 앞서 찰스왕세자에 이어 왕위계승 2위인 윌리엄왕자는 아르헨티나와 영토분쟁을 빚고 있는 남미 포틀랜드 섬으로 파견됐다.

얼마 전 재위 60주년을 맞은 엘리자베스2세 여왕 역시 2차 세계대전 중인 1945년 조국을 위해 봉사하겠다며 국방부의 구호품 전달서비스 부서에서 근무한 경력을 갖고 있다. 그렇기에 왕실을 폐지해야 한다는 소리가 소수에 그치고 “여왕을 보호하소서”하는 국가(國歌)가 영국을 위기 때마다 하나로 묶어내는 것이다.

우리에게도 격변기마다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실천했던 위인들이 있다. 유한양행 설립자 유일한은 당시 일반적이던 정경유착이나 탈세 없이 대학생들이 가장 입사하고 싶은 일류기업을 일궜으며 기업에서 남긴 이익으로 교육사업에 투자하는 모범을 보였다. 이런 고귀한 전통들을 뒤로한 채 탈세, 횡령, 돈봉투 등으로 얼룩진 우리사회 지도층의 행태가 부끄러운 오늘이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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