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총선을 앞두고 경기도의회 의원들 중에서만 11명의 도의원들이 총선 출마를 위해 사퇴를 했다. 이런 대량 사퇴는 보궐선거를 통해 의원들을 충원할 때까지 심각한 의정 공백을 초래할 수 있고 천문학적 보궐 선거의 비용이 발생해 이중으로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따라서 언론은 물론이고 도민들의 이들 사퇴 의원들에 대한 시선이 결코 곱지 않은 실정이다.
이와 같은 의원들의 총선 출마를 위한 사퇴는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이 사실이며, 도민들과 언론의 지탄은 마땅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필자는 현역 의원으로서 이 문제에 대해 조금 더 깊이 고려해야 할 여지가 있음을 조심스럽게 제안하고자 한다.
광역의원에 당선돼 의회에 등원한 후 가장 먼저 벽에 부딪히는 것은 국회와 중앙정부에 비해 지방정부와 의회가 너무나 위축돼 있다는 것이다.
지방정부의 의회는 분명 지방정부의 삼권분립의 원리 아래 있음에도 국회 아래 위치하는 것이 아니라 행정안전부의 지휘 감독 하에 있다. 입법기관인 지방의회가 중앙의 입법부가 아닌 행정부에 소속해 있는 모순이 발생하는 대목이다. 모든 법령은 중앙정부와 국회만 제정토록 돼 있어 강제적 집행력에 너무나 한계가 뚜렷한 조례 밖에 제정할 수 없다.
무엇보다도 중앙정부의 정책에 국비 매칭의 형식으로 지방 재정이 중앙정부 정책에 예속돼 있다는 것은 치명적이다. 지방의회는 행정부에 너무나 예속돼 있어 의회 직원들의 인사와 심지어 인턴 보좌관제 도입도 불가능하게 돼 있다. 이 정도면 지방정부와 지방의회는 지방자치가 아니라 지방 시녀와 지방 머슴에 불과하다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 직면하면서 광역의원들이 시도의 발전을 위해 절실히 와 닿는 것이 중앙정부의 능력과 국회의 입법기능이다. 따라서 어떻게 해서든지 국회에 진출해야 무언가 보람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절박한 심정이 국회 진출을 염원하게 되고 따라서 총선 때가 다가오면 대대적인 광역의원 사퇴 러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사태를 완화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국회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아 중앙정부의 권한을 좀 더 많이 지방정부에 넘겨주는 것이다. 현재 전체 세수의 30% 대인 지방정부의 재정수입을 최소한 50% 대로 올려주고, 지방의회가 제정하는 조례도 상위법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똑같은 의무와 강제력을 가질 수 있게 해 줘야 한다. 의회 인사권을 지방 행정부가 아닌 지방의회에 넘겨줘 전문위원들이 도지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의원들을 보좌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고, 광역의원들에게는 최소한의 보좌관 제도를 마련해줘야 한다.
이렇게 제대로 된 의정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면 누가 무리하게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 의원직을 쉽사리 사퇴할까? 이렇게 해주면 광역의원들이 권력을 남용하게 될 우려가 있다? 지방 언론과 여론의 힘과 능력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하는 것이며 한갓 기우에 불과하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상성 도의원 (고양·통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