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와 지방의원간에 보이지 않는 거래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은 어렵지 않다. 밀고 당기는 특수관계 사이에서 오갈 수 있는 적절하지 못한 은밀한 거래가 현실로 드러났다. 받은 쪽이나 준 쪽이나 떳떳하지 못한 행동이다.
감사원이 지난해 5~7월 전국 25개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계약 관련 토착비리를 점검한 결과 8개 지자체가 시·도의원 등의 ‘가족기업’에 수의계약을 통해 일감을 몰아준 것으로 나타났다. 열에 셋이 넘는 지자체가 법을 어겨가며 지방의원들에게 특혜를 준 것이다. 지방계약법상 지자체는 지방의원이 대표이거나 가족이 50% 이상 지분을 가지고 있는 기업과는 수의계약을 할 수 없다.
겉보기엔 지자체의 잘못으로만 볼 수 있지만 실은 해당 의원의 요구나 보이지 않는 압력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짐작이 가능하다. 감시·감독을 당하는 지자체 입장에서는 지방의회나 의원의 요청을 쉽게 거절할 수 없었을 것이다. 설사 지자체가 잘 보이기 위해 자진하여 특혜를 주더라도 지방의원은 이를 거절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지방의원 스스로 특혜를 요청하거나 모르는 척 받았다면 본분을 포기한 것은 물론 위법을 저지른 것이다.
지방의회의 무법 행위는 이게 다가 아니다. 현행 법규상 어디에도 지방의원에게 유급보좌관을 둘 수 있는 근거는 없다. 그런데도 유급보좌관을 두기 위해 불법과 편법을 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인천시의회는 의원보좌관제 운영 예산 5억4천여만원을 재의결했다. 지방의회는 ‘전문성 강화’ 내지는 ‘9명의 보좌관과 인턴을 둘 수 있는 국회의원과 형평성’ 등을 유급보좌관을 둬야 하는 이유로 제시하고 있다. 조례제정권을 갖고 있는 지방의회가 스스로 법을 위반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지방의회가 처음 출발할 때는 ‘무보수 명예직’이었다. 말 그대로 주민을 위해 무한 봉사를 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던 것이 2006년 7월부터 의정비란 명목으로 지방의원 1인당 6천만원 안팎의 세금이 지급되고 있다. 유급제로 전환된 것이다. 그리고 다시 의원 개개인에게 유급보좌관을 두겠다는 것이다. ‘말 타면 종 두고 싶다’는 속담이 딱 여기에 해당된다고 하겠다.
집행부에 압력을 넣거나 서로 짜고서 개인사업에 특혜를 받고, 지역구 민원과 의원 개인 홍보용 등의 이른바 ‘의원예산’을 쌈짓돈 쓰듯 하는 것이 사리사욕 아니고 무엇인가. 감사원 등 관계 당국은 지방의원들의 탈법과 편법에 대한 감시와 감독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주민들은 자질미달의 후보를 선거에서 철저히 배제하고 사후 감독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