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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Steve Jobs)라는 거인은 세상에 많은 것을 남기고 떠났다. 그를 통해 애플사의 무한한 가치를 깨닫은 사람도 있고, 아이폰, 아이팟, 맥킨토시 등 그의 작품을 기억하는 사람도 있다. 또 하나 스티브 잡스가 강인한 인상을 남긴 것은 죽음을 맞이하는 그의 태도였다. 병마에 맞서는 그의 결연한 태도도 인상적이었지만 죽음을 맞이하는 의연한 모습은 인생의 아름다운 마무리가 무엇인지 모범을 보여줬다.

요즘 우리 주변에서는 ‘100세 시대’가 열렸다는 환희에 못지않게 아름답게 인생을 마무리하는 ‘웰다잉(Well Dyin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웰빙(Well Being)’이 잘먹고 잘사는 것이라면 ‘웰다잉’은 잘 죽는 것임에는 당연하다. 지난 세월, 우리는 웰빙에 투자하며 인류의 탄생이래 공통적 목표인 ‘장수(長壽)와 건강(健康)’에 집착해 왔다. 청정식품과 친환경 음식이 대세로 자리 잡았고, 등산, 자전거, 걷기 등을 통한 건강지키기는 생활의 일부가 된지 오래다. TV홈쇼핑의 절반은 건강을 지키기 위한 운동기구이거나 건강에 좋다는 건강보조식품인 것을 보면 세태를 알 수 있다.

여기에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건강에 대한 염려를 배경으로 각 병원의 건강검진센터는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고기를 멀리하고 생선이나 야채 등으로 식사를 하는 문화가 일반화됐다. 이 모두가 건강하게 오래살기 위한 것임을 재론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영생을 꿈꾸던 진시황도 불로초를 구하지 못했고 역사속 영웅들도 죽음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결국 인간은 한 번은 죽는다. 어찌 보면 삶이란 죽어가고 있는 과정이 아니겠는가. 따라서 웰다잉은 부정하더라도 누구나 닥치는 죽음을 행복하고, 품위있게 맞이하는 아름다운 마무리(Well Ending)를 지향한다. 일부 종교단체들을 중심으로 웰다잉을 위해 유언장쓰기, 장사시설 방문하기, 자신의 죽음 설계하기 등의 교육도 진행되는데 늦으면 자리가 없다. 그렇다고 웰다잉이 사이비 종교집단의 종말론처럼 죽음을 미화하거나 앞당기자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인간으로 태어나 피할 수 없는 생로병사(生老病死)의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죽음을 준비해 맞이하자는 것이다.

추한 집념으로 생존의 시간을 얼마간 늘릴 수는 있겠지만 죽음은 필연이 아니던가. 천상병 시인은 그의 시집 귀천에서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라고 노래했다. 우리는 놀이터의 어린애처럼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면 엄마의 부르는 소리에 따라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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