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1일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돈봉투 사건의 핵심인물인 박희태(74) 국회의장과 김효재(60) 전 청와대 정무수석, 조정만(51) 국회의장 정책수석비서관을 정당법 위반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현직 국회의장이 사법처리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우리 정치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 같다. 검찰은 박 의장과 김 전 수석이 돈봉투를 전달하도록 했다는 의심이 가는 정황이지만, 직접적인 증거가 부족하고 두 사람이 공직을 사퇴한 점을 고려해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는 박 의장 등을 재판에 넘기는 선에서 막을 내렸지만 의혹은 여전하다.
우선 돈봉투가 몇 개나 뿌려졌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고 의원이 폭로 당시 “쇼핑백에 돈봉투가 잔뜩 담겨 있었다”고 말했지만 고 의원 외에 돈봉투를 받은 또 다른 의원들을 밝혀내지 못한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돈을 주고 받은 사람 모두 처벌이 되므로 자발적 진술을 기대하기 어렵고 현금으로 전달됐을 것이므로 계좌추적으로도 밝힐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당대회 당시 동원된 자금의 규모와 그 출처도 규명되지 못했다. 도대체 어떤 경로로 자금을 얼마만큼 마련해 구체적으로 어디에 썼는지 상세한 명세서가 나오지 않은 것이다. 당연히 국민의 궁금증은 풀리지 않는다. 전대 당시 지역구 구의원에게 금품 살포를 지시한 혐의로 일찌감치 구속기소된 안병용 새누리당 서울 은평갑 당협위원장과의 형평성 논란도 있다. 돈봉투 전달의 말단 심부름꾼만 구속되고 정작 기획·지시한 윗선들은 자유로운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된 것이다.
검찰 수사가 이처럼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운 결론을 이끌어낸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다. 국민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돈봉투가 돌아다니는 정치풍토가 확실하게 정화되길 기대했다. 검찰이 이참에 정치권의 돈봉투 관행을 뿌리뽑는 각오로 사건을 속시원히 매듭짓기 바란 것이다. 하지만 검찰 수사는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결론을 내지 못했다.
당장 야권 등에서 디도스 테러와 마찬가지로 특검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특검을 통해서라도 정치권의 돈봉투 관행은 뿌리 뽑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돈봉투 전당대회는 정치권의 해묵은 관행으로 새누리당은 물론 민주당도 자유롭지 못하다. 이번 사건을 4·11 총선에서 돈봉투 살포를 막기 위한 경종으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이를 위해 유권자는 눈을 부릅뜨고 돈선거를 감시하고 고발해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부터 돈봉투가 더는 돌아다니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