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가(出家)와 가출(家出). 우리나라 고전소설인 ‘홍길동전’의 홍길동이 집을 떠난 것은 출가일까 아니면 가출일까.
일반적으로 출가란 세속적인 모든 인연을 끊어버리고 수행생활을 위해 집을 떠나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가출은 어떤 의미를 가졌을까? 개인적인 사유로 해서 불만을 해소하지 못해 집을 나가는 것이란 정도로 해석이 가능하다.
따라서 공통점은 집을 나가 어디로든 가버리는 것을 뜻한다. 동시에 불만의 내용은 다르겠지만 무엇인가 현실에서 충족이 되지 못하므로 생기는 것으로 이해된다. 즉 ‘출가’에서 불만이라면 진리에 굶주려 진리를 터득하지 못한 일종의 불만에 경건한 생활을 통해 진리를 깨닫기 위해 결단한 것이 출가가 아닐까. 가출은 현실적 욕망이 충족되지 못해 심적 갈등과 방황을 느끼다가 집을 떠나는 것이다. 바로 이점이 차이점으로 집을 나가는 이유가 다른 것이기에 추구하는 목적도 다르다.
‘홍길동전’에서 홍길동은 당시 ‘호부호형’할 수 없는 신분제도의 부당성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서 떠나므로 출가에 가깝다고 할 것이다. 결국 그 모순된 신분제도 혁파를 위한 것이 이 소설의 사회 지향적 주제의식이라 할 것이다. 반면에 가출은 반항적인 청소년 시기에 많이 나타나는 하나의 일탈(逸脫)현상이다. 기성세대는 이미 과거에 그리고 청소년들은 현재 시점에서 고민을 거듭하다가 심적 갈등을 제어(制御)하지 못하고 그대로 실행하고 만다.
그렇다면 출가와 가출은 여행과 방황의 차이 정도쯤일까? 여행은 목적지가 분명히 존재한다. 목적 또한 분명하다. 그러나 방황은 목적지도 없이 갈팡질팡하는 과정에 놓여있다. 구체적인 목적 하에 집중해 그 뜻을 펼쳐서 그물에 가득 그 의미들을 얻는 수확의 기쁨이 있는 것이 여행이다. 그러나 방황은 갈피를 잡지 못한 갈대처럼 시대에 공간에 취향에 선호도에 따라 줏대 없이 이리저리 흔들린다. 에너지 소비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무작정 내다버리는 낭비의 수준일 것이다.
어차피 사회는 다양한 차이를 가진 존재들의 집합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여행자와 방황자는 있기 마련이다. 때문에 출가와 가출은 엄연히 존재한다. 기왕이면 목적지향의식을 가지고 깨달음의 도정(道程)에 합류한다면 긍정적으로 수용 가능하겠는데, 그렇지 않고 방황과 가출이 개인적 사회적인 불평불만에서 비롯한다면 한 번 재고해봐야 한다. 돌이켜보면 음지에서 양지쪽으로 방향을 얼마든지 유도할 수 있다. 주변 어른들의 도움을 받아 가치관의 긍정적 변화를 경험할 수 있지 않을까.
최근에 제도권 학교를 그만두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염려가 있다. 결국 그렇게 되면 집을 나가 방황하게 될 것이다. 자의적이던 아니면 타에 의해서건 가출은 실행될 것이요 느닷없는 독립생활이 그렇게 만만하지는 않을 것이다. 가출은 능사(能事)가 아니며 오히려 자신의 마음이 가지런히 잘 있는 지 들여다봐야 한다.
/시인 진춘석
▲1992년 시문학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평택지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