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창룡문’은 여야가 선거구 획정을 위한 협상을 시작할 때부터 ‘게리맨더링’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었다.
우려의 근거는 상식이다.
선수인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이 뛸 경기의 규칙을 스스로 정하겠고 나선 것이 원죄(原罪)다.
또 정당간 극심한 갈등이 뻔히 예상되는 선거구 조정을 선거가 코앞에 닥친 시점에 시도한 무능한 정치일정도 문제다.
여기에 끝도 없는 정치인의 탐욕이 국민을 우롱하는 하는 결과를 낳았다. 덧붙여 ‘국익과 품위’라는 선진적 관례를 기대할 수 없는 정치인들의 자질도 누더기 선거구를 만드는데 한몫 거들었다.
불량 정치인들의 사생아라 할 ‘누더기 선거구’가 가장 극심한 곳은 경기도다. 게리맨더링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상식과 여론이 무시됐다.
여주는 생활권인 이천에서 떨어져 종단거리 104㎞, 차량이동시간 3시간여인 가평·양평 선거구로 붙었다. 용인은 기흥구인 동백동과 마북동을 이웃한 처인구로 합치고, 수지구인 상현2동만을 빼내 기흥구로 붙여 그야말로 너덜너덜한 선거구가 탄생했다.
가장 어이없는 것은 수원시의 선거구 조정이다. 권선구청이 위치한 서둔동을 권선구에서 뽑아내 팔달구에 더하는 기형아를 만들어냈다. 당연히 지역의 반발이 뒤따르고 있다. 수원시가 “민심을 정면으로 거스르고 수원시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헌법소원 및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에 나섰다. 용인과 여주지역의 민심도 동요하고 있으며 지역 정치인과 지자체를 중심으로 법적조치에 나설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법조계 일부에서는 민심을 이반하고 헌법정신을 무시한 이번 선거구 획정이 무력화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오직 ‘표(票)의 등가성’이라는 외형을 만족시켰을 뿐 헌법정신을 망각했다는 해석이다. 또 정치인을 배제한 별도의 기구를 통해 선거구를 획정하자는 대안이 부상하고 있다.
정치인들은 계속되는 공천자 발표와 정치적 이슈가 이어지면 이 같은 여론이 잠잠할 것으로 기대할지 모른다. 일과성 태풍으로 잠깐 업드리면 지나간다는 경험적, 그리고 정치공학적 판단을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론은 그리 만만치 않다. 국민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국회의원 299인’의 틀을 깨고 ‘300인 시대’를 연 정치꾼들을 심판하자는 목소리가 전국에 메아리치고 있다. 국민의 변화에 가장 둔감한 정치권이 금배지만을 만지작거리며 눈을 감은 찰라 거대한 ‘역사의 장’이 넘어가고 있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