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년만의 한파로 온 세상이 꽁꽁 얼었던 겨울이 가고 봄기운이 완연하다. 이제 그동안 얼었던 땅이 녹기 시작하면서 생활주변 축대·옹벽, 공사장 붕괴 등으로 인한 사고발생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해빙기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작은 틈도 철저하게 관리해야 할 시기가 요즘이다. 해빙기란,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계절 전환기에 지반이 얼었다 녹았다 반복하다가 겨울철 얼어있던 땅이 봄기운에 녹기 시작하면서 머금고 있는 수분양이 증가하여 공사장, 축대, 옹벽 등이 약해지는 시기를 말한다.
기온이 0도 이하로 떨어지는 겨울철에는 지표면 사이에 남아 있는 수분이 얼어붙으면서 토양이 평균 9.8% 가량 부풀어 오르는 ‘배부름 현상’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지반침하가 시설물 구조를 약화시켜 균열 및 붕괴 등 안전사고로 이어지는 것이다.
최근 5년간(2007~2011) 해빙기간 중 공사장, 축대·옹벽 등에서 총 63건의 사고로 39명의 사상자(사망 15명, 부상 24명)가 발생했다. 유형별로 보면, 절개지·낙석위험지역 35건(56%), 공사장 12건(19%), 축대·옹벽 12건(19%), 기타 건축물 등 4건(6%) 순으로 나타났다. 인명피해는 39명중 90%인 35명이 건설공사장에서 발생,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하지만, 2010년과 지난해의 경우에는 축대·옹벽, 절개지 붕괴 등 총 12건의 사고가 발생했으나, 천만다행히 인명피해는 한명도 없었다.
해빙기에는 동절기에 중단된 공사를 재개하면서 특히 공사장에서 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대기온도가 영상으로 오르게 되면 겨울동안 얼어있었던 지반이 녹으면서 지반의 수분양이 증가하게 되고 그로 인해 지반이 약해진다. 그렇게 되면 지반침하가 일어나서 가설 구조물이나 절개지 또 공사현장에 쌓아놓은 각종 적치물들이 쉽게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사고가 우려되거나 이상징후 발견시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선(Safe-Line)을 설치하고 출입을 통제하는 등의 안전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한, 유사시에 신속한 대피가 가능하도록 사전에 대피장소와 대피담당자를 지정하고 대피방법 등을 숙지해야 할 것이다.
일반 국민들은 생활주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서 먼저, 집이나 집 주변의 대형빌딩, 노후 건축물 등이 균열이나 지반침하로 기울어져 있는지 꼼꼼히 살펴보고, 자신의 집 축대나 옹벽은 안전한지 다시 한번 봐야 한다.
또한 집 주위의 배수로는 토사 퇴적 등으로 막혀 있는 곳이 없는지, 절개지나 언덕 위에서 바위나 토사가 흘러내릴 위험은 없는지 살핀다.
그리고 집 주변의 지하굴착 공사장에 추락방지 및 접근금지 등을 위한 표지판이나 안전휀스가 설치되어 있는지 관찰하고 위험지역에는 들어가지 말아야 한다.
해빙기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안전은 스스로 지킨다는 경각심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특히, 시설물관리자나 공사장책임자들은 시설물이나 공사현장의 안전상태를 꼼꼼하게 점검하고 위험요소를 스스로 제거해야 한다.
우리 모두도 생활주변 담장 축대 등의 균열이나 지반침하 등 위험징후를 발견하면 신속하게 관계기관에 신고하고 주변에 알려주는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
결국 안전의 최후 보루는 나 자신이다. 해빙기 안전은 주로 공공분야나 시설물 관리자 또는 산업현장 관리자들이 자신의 역할을 다하느냐에 크게 영향을 받지만 이들의 노력만으로 완전한 안전이 확보될 수 없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라 했다. 요즘 같은 해빙기, 내 집과 주변을 이런 마음으로 살펴봐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방기성 소방방재청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