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둔화 속에 소비가 위축되고 유가가 물가를 자극하면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우려가 있다. 극도의 경제난이 우려되고 있다. 자영업자와 서민의 고통도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차 몰고 다니기 겁나는 세상이 됐다. 한국납세자연맹이 정부의 유류세 인하를 촉구하며 6일 100만인 서명운동에 들어간 것도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기름값이 너무 뛴다.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주유소 가격표를 쳐다 보기가 두려울 정도다. 지난주 전국 주유소의 보통휘발유 평균가격은 ℓ당 2천3.98원으로 치솟았다. 8주 연속 상승의 기록도 덧붙였다. 기름값이 ℓ당 2천원을 넘어서면서 빚에 허덕이는 서민들의 고통이 더 커지고 있다. 민간 소비와 기업 투자에도 악영향을 줘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지 않을까 크게 우려되는 상황이다.
유가는 당분간 고공행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란 핵문제를 둘러싼 주변국들의 갈등이 쉽게 해소될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국제유가는 올들어서만 20%가까이 올랐다. 우리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는 이미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섰다. 얼마나 더 치솟을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과연 정부는 이런 비관적인 시나리오에도 대비가 돼있는 지 궁금하다. 무조건 100원 내리라는 ‘정유업계 손목 비틀기’나 ‘알뜰주유소 증설’만으로 천정부지로 치솟는 유가의 충격을 피할 수는 없다.
우리 경제는 유가 충격에 매우 취약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을 보면 국제유가가 10% 오르면 그 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12%포인트 끌어올린다. 민간소비는 0.12%포인트, 총투자는 0.87%포인트 줄어든다. 경제 전체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은 것이다. 그러지 않아도 사방팔방이 한국경제의 적이다. 또한 우리 경제는 9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의 덫에 걸려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기름값 문제에 대해 “주유소마다 2천원이 넘는다는 보도가 있다. (서민들의) 심리적 부담이 너무 크다”면서 “정부가 방관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유류세 인하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4월 유류세를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을 때는 정유사의 기름값 100원 할인 조치로 대신했다. 정부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30달러를 5일 이상 웃돌면 유류세 인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앞서 강조했듯이 우리경제가 그렇게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