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금리인상으로 서민들의 생활이 파산지경에 이르고 있지만 은행들은 수익금 분배에 희희낙락이다. 쥐꼬리 만한 월급에 은행문을 두드려보지만 파상적인 고금리 압력에 뒤돌아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은행권이 올 들어 일제히 신용대출 금리를 올리면서 예금금리는 오히려 내려 서민들의 이자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지만 은행들은 이를 통해 얻은 이익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일 예정이어서 서민들은 심한 배신감에 몸을 떨고 있다.
외환, 하나, 신한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은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지난해 순익분을 빠르면 이달 안에 직원들에게 배분하겠다는 것이다. 외환은행은 하나은행과의 인수합병에 따른 위로금 명목으로 기본급의 500%를 지급할 계획이다. 1인당 최소 1천만원, 최대 2천만원 이상의 보너스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하나은행도 외환은행과의 인수합병 성공 축하금 명목과 지난해 순익 호조에 따른 보상으로 기본급의 200% 가량의 성과급을 지급할 예정이다. 신한은행도 지난해 경영 성과에 따른 보상으로 이달 내 200~250% 가량의 성과급을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은행들이 낸 순익은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로 생기는 수입인 예대마진의 결과물이다. 즉, 은행들이 순익을 많이 냈다는 것은 고객 및 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출을 통해 이자수입을 많이 얻었다는 뜻이다.
실제로 은행들의 금리장사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시장금리는 떨어지는 추세인데 지난 1월 은행의 신규 신용대출 금리는 연 7.23%로 급등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11월(7.94%) 이후 3년여만에 최고치라고 한다. 은행들이 가계대출 금리 체계를 개편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대출 금리는 한달 만에 무려 1%포인트 넘게 올랐다. 서민들의 한숨이 하늘을 찌른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겪은 후에도 은행들의 영업은 달라진게 없다.
금리도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원리에 따라 작동해야 함은 당연하지만 지금은 은행들이 우월적 지위에서 대출금리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책도 은행의 교묘한 금리인상을 묵인해주고 있는 듯하다. 가계부채는 이미 900조원을 넘어섰다. 금리가 오르면 서민의 이자고통이 얼마나 심각할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은행들은 지난해 사상 최대의 이익을 거뒀다. 고객들에게 이자 덤터기를 씌운 측면이 적지 않다. 서민금융을 위한 정책이나 금융소비자 보호를 말로만 외치지 말고 서민들의 체감도가 가장 큰 대출금리부터 손보길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