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구합니다. 제가 부름을 받을 때는 아무리 강력한 화염 속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 주소서. 너무 늦기 전에 어린아이를 감싸 안을 수 있게 하시고 공포에 떠는 노인을 구하게 하소서.”
미국의 한 소방관이 쓴 ‘소방관의 기도’의 한 구절이다. 인기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 삽입되면서 많은 이들이 큰 감동을 받았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의 소방관 삶은 그리 녹록치 않다. 목숨 거는 직업이지만 그에 대한 보상은 빈약한 편이다. 안전과 생명을 구하는 직업을 돈과 연결짓기는 어렵지만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비단 소방관의 처우뿐이 아니다. 국민 인식 또한 우리 삶을 힘들게 한다. 자신과 무관한 소방관이면 “존경받아야 한다”, “멋지다” 등으로 표현하지만 막상 남자친구, 남편, 사위로는 후한 점수를 주지 않는게 보통이다. 실제로 부모 반대에 손들어 이별의 쓴잔을 드는 친구도 있다. 위험한 직업군을 기피하는 본능의 발로로 비쳐진다.
소방관이 위험한 직업으로 분류됨은 왜일까. 미국과 견줘보자. 우리 국민은 보통 소방관하면 그저 불이나 끄는 사람으로 본다. 화재진압은 가장 큰 사명이지만 불만 끄는 사람은 결코 아니다. 미국인들은 소방관을 안전의 총 책임자로 본다. 항상 도움주는 고마운 사람으로 인식한다. 그래서 존경받는 직업이고 친근한 ‘영웅’이 될 수 있다.
필자는 미국 소방관이 실력이 뛰어나 영웅 대접을 받는다고 생각치 않는다. 인식의 차이다. 생활 안전을 총책임진 존경받아야 할 영웅이라 생각한다면 우리 소방관들도 그에 걸맞은 직업인이 되기 위해 더 노력할 것이다.
가슴이 자긍심으로 꽉찰 때가 있다. 진심을 담은 국민의 한마디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들려올 때다. 피곤하고 힘든 현장 속에서도 진정어린 그 짧은 한마디가 큰 힘이 된다.
소방관을 불만 끄는 사람이 아닌 진정한 영웅으로 인식해 준다면 전국의 소방관들은 더 힘을 낼 것이다. 소방관에 대한 인식을 확 바꿔 봄은 어떨까.
/조봉구 분당소방서 현장지휘과 소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