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하고 힘든 소재인 철을 사용해 인간의 삶과 내면을 조명한 두 작가의 전시가 동시에 열리고 있다.
수원의 대표적인 아트플랫폼인 ‘대안공간 눈’은 오는 12일까지 김현민의 ‘Oxygen Welding’展과 정효경 개인전을 연다.
김현민 작가는 사투 끝에 건져올린 커다란 청새치를 상어들에게 빼앗겨 뼈만 가지고 돌아오지만, 절망하지 않는다는이야기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김작가는 ‘노인과 바다’의 노인이 낚았던 것과 같은 뼈만 앙상히 남은 물고기를 만듬으로써 ‘결과만 바라보는 현대인들에게 인간의 삶의 의미는 결과로 판단되어선 안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반복적인 용접행위를 통해 만들어진 철골 물고기는 고되고 힘들었을 작가의 작업과정을 짐작하게 하는 동시에, 뜨겁게 달궈지고 두들겨지는 힘든 과정이 힘겨운 우리의 삶과 비슷하다는 의미심장한 은유를 남긴다.
정효경 작가는 ‘눈앞에 보이는 것들이 흔들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모든 것들은 그대로이고 흔들리는 것은 자신의 마음’이라는 메시지를 철사를 구부리고 잘라 만든 잎과 풀줄기들로 표현했다.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는 것은 바람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요, 깃발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며, 여러 스님들의 마음이 움직이는 것이다”라는 조선 중기의 승려인 혜능의 명언처럼 작가는 마음의 흔들림에 포커스를 잡고, 이를 강인한 소재로 만들어냈다.
실제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것처럼 디테일을 잘 살린 작가의 작품들은 정말 인공적으로 만든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사실적이지만, 실제로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강철로 만들어져 있다는 점에서 신선하게 다가온다.
작가는 작가노트를 통해 “어느날 들판에서 느낀 바람이 나에겐 굉장히 시리게 다가왔지만, 앞에있는 잡초들은 부드러운 바람에 살랑살랑 춤을 추는 듯 보였다”며 영감의 원천을 밝혔다.
전시는 오후 12시부터 오후 8시까지 관람할 수 있으며 월요일은 휴관이다. 관람료 무료.(문의: 031-244-4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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