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대 국회의원선거일이 내일로 다가왔다. 국회의원이 되기 위한 후보자들의 선거운동이 막바지로 가고 있다. 그리고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어김없이 수없이 많은 공약들이 달콤한 포장을 두르고 우리의 귀와, 이성과 감성을 공략하려 할 것이다.
혹자는 이성이 감성을 이기는 선거는 아직 보지 못했다고 한다. 이 말은 정직하고 바람직한 정책과 공약보다는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 볼거리, 들을거리에 아직은 유권자들의 판단이 흔들리고 있다는 말이 될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의 표를 얻고자 하는 정치인들이 자신의 역량과 지성과 덕망을 갖추기보다 사람들의 눈과 귀를 이끄는 화려한 ‘쇼’에 더 관심을 가지는 반면에 우리 주위의 문제들은 ‘볼거리’가 되지 않으면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까지 간다면 민주주의의 꽃인 투표가 연예인의 인기투표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위기감마저 들 법하다. 단지 가정을 한 것일 뿐이지만 슬픈 민주주의가 아닐 수 없다. 우리를 대표해 대한민국을 이끌어줄 대표자를 뽑는데 제대로 일할 사람을 바르게 판단해 보아야 한다. 매니페스토는 영국의 ‘로보트 필’이라는 당수가 ‘겉으로만 번지르르한 공약으로 순간의 환심을 살 순 있다. 그러나 결국은 실패한다’며 구체적인 공약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여겨진다. 그 시기가 1834년이니 영국의 매니페스토는 180년 가까이 된 셈이다.
우리나라는 2006년 즈음 매니페스토가 시작됐다. 우리의 매니페스토는 역사도 영국에 비해선 너무도 짧고 아직은 중앙정치의 경쟁수단의 위치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받기도 하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외국의 매니페스토, 특히 180여년의 긴 역사를 가진 영국의 매니페스토 운동에 비해 대한민국은 첫 걸음마를 뗀 것이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자면 대한민국의 매니페스토는 앞으로 얼마든지 발전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2006년에 보여줬던 매니페스토의 도입, 발표, 평가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시민단체의 이벤트와 언론의 의제설정, 그리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법적, 제도적 지원이 어우러져 틔운 싹이 대한민국의 매니페스토 운동의 꽃을 피울 수 있도록 선거관리위원회와 시민단체, 그리고 언론이 힘을 모으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시민들의 자발적인 관심과 참여가 없이는 이룰 수 없다는 것이다. 매니페스토 운동도 결국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우리 국민들이 말이다. 우리의 매니페스토를 이끌어줄 리더의 역할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국민 한사람 한사람의 변화가 필요할 것이다. 매니페스토란 것이 왜 필요하고 어떻게 해야하며 건전한 매니페스토가 뿌리깊이 내려앉아 우리 사회에 널리 퍼졌을 때 대한민국의 정치와 사회가 어떻게 변할 지에 대해 안다면 우리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후보자를 꼼꼼히 따져보고 공약을 속속들이 알고 싶어 할 것이고 선거에서는 ‘좋은’ 후보가 당선이 될 것이다.
우리들은 자랑스런 권리를 가진 유권자로서 흑색, 비방선전에 현혹되지 않고 후보자의 정책과 능력, 도덕성을 꼼꼼히 따져서 국민의 대표자를 선택함으로써 과거의 부정한 방법으로는 국민의 선택받을 수 없다는 인식을 정치인들에게 심어주어야 한다.
매니페스토, 쉽지만은 않은 길이겠지만 좀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우리 후손들에게 좀 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보여주기 위해서 포기해서는 안 될 우리의 숙제이다. 정치는 스스로 좋아지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주권을 가진 모든 권력의 원천인 국민들이 냉철한 판단력과 매서운 눈으로 정책과 공약을 꿰뚫어 볼 때 그 변화를 보여줄 것이다.
/김영호 이천시선거관리위원회 사무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