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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투표권, 공짜가 아니다

 

4월 11일 실시하는 제19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라는 캠페인이 뜨겁게 펼쳐지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일반 시민들은 그 한 표가 얼마나 소중한지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우리의 지난 국회의원 선거 투표율(46.1%)에서도 쉽게 알 수 있다. 우리가 투표권을 반드시 행사해야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지금과 같이 모두가 공평하게 한 표씩 행사하는 투표권이 역사적으로 얼마나 힘들게 얻어진 것인가를 알고 나면 나의 한 표가 지금보다는 더 소중하게 생각될 것이다.

선거의 역사를 보면 고대 그리스나 로마 시대에도 선거가 있었기 때문에 선거의 역사는 매우 길다. 그러나 당시의 선거에는 선거권의 제한이 있었고 대부분이 공개선거였다. 자유와 평등에 대해 부르짖은 프랑스 대혁명 이후에도 선거권은 여자와 무산계급에는 주어지지 않았다. 오늘날 민주국가들에서 실시하고 있는 것과 같은 보통선거제도를 가장 먼저 실시한 국가는 영국이다. 그러나 영국에서도 1754년에 투표권을 가진 사람은 당시 인구의 3.5%인 28만명에 불과했다. 이들은 물론 귀족들이었다. 그 후 차츰 선거권이 확대돼 1884년엔 세금을 내는 영국의 성인 남자가 투표권을 갖게 됐고, 1918년엔 납세 여부와 관계 없이 모든 성인 남자들이 투표권을 가지게 됐다. 여성에게 처음 투표권을 주기 시작한 것은 1918년이지만, 이 때에는 30세 이상의 여성에게만 투표권을 줬다. 이후 1928년에 21세의 모든 여성에게로 투표권을 확대했다.

프랑스에서도 처음엔 일정규모의 재산을 가진 납세자에게만 투표권을 줬다. 1815년엔 30세 이상의 연 300프랑 이상 납세자가 투표권을 가졌고, 1820년엔 일정 재산 이상을 가진 유권자는 1인 2표를 행사할 수 있게 됐다. 1830년엔 25세 이상의 200프랑 이상 납세자에게 투표권이 주어졌고 그 인구는 고작 전체 성인의 170분의 1밖에 되지 않았다. 그 후 1851년 비로소 모든 남자 성인에게 투표권이 주어졌고 성인 여성에게 투표권이 주어진 것은 그로부터 무려 약 100여년이 지난 1945년이었다.

미국 역시 국민 모두가 투표권을 가지게 된 지 그리 오래 되지 않는다. 여성의 투표권은 1920년 인정됐는데, 민주주의의 역사가 투쟁의 역사이듯 여성들의 투표권은 쉽게 얻어진 것은 아니었다. 여성인권 운동가 수잔 엔서니(Susan B. Anthony)의 지속적인 투쟁을 통해 얻게 된 투표권이었다. 흑인의 경우 이보다 더 오랜 투쟁 끝에 투표권을 얻게 됐다. 1870년 흑인 남성의 투표권을 인정했으나, 흑인들이 안심하고 투표를 할 수 있게 된 것은 1965년 투표권법이 통과된 이후였으므로 한국보다 정치적 자유를 맛보는 것이 늦었던 셈이다.

이상의 사실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선거권 확대란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참여폭이 확대되는 과정이란 사실이다. 동시에 선거권 확대는 점진적이었고 신분중심에서 납세중심, 그리고 근대에 와서야 남녀모두에게 투표권이 주어지는 대중 민주주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런 수백년에 걸친 점진적인 과정을 생략하고 1948년 헌법 제정과 동시에 보통선거를 하게 됐다. 재벌 총수도 한 표, 직원도 한 표이다. 무직자도 한 표, 교수도 한 표이다. 세금을 내는 사람도 한 표, 안 내는 사람도 한 표이다.

유럽에서 선거권의 점진적 확대 과정은 투쟁의 과정이고 민주주의 학습과 실천의 과정이었다. 이런 과정을 생략하고 그 결과물로서의 남녀 불문한 1인1표제를 도입한 것은 어떻게 보면 서양 사람들이 피와 땀과 눈물을 쏟아 부어 이뤄낸 민주주의 제도에 무임승차한 셈이었다. 이 점에서 우리는 그 투표권의 가치를 알고 소중하게 행사해야만 할 것이다.

/주상균 안양만안구 선거관리委 관리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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