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분단의 상징물 중 하나였던 한강변 철조망이 드디어 걷히기 시작했다. 김포시와 군부대는 9일 한강 하구에 있는 고촌읍 전호리-김포대교 1.3㎞ 구간의 철책 제거 작업에 나섰다. 이 구간은 고촌읍 전호리에서 일산대교까지 9.7㎞ 가운데 일부다. 김포시는 철책을 없앤 뒤 한강 둔치에 자전거도로와 산책로, 다목적광장 등을 조성한다고 한다. 철책 철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강 건너에 있는 고양시 구간에서는 행주대교와 일산대교 사이의 12.9㎞도 곧 철거에 들어간다고 한다. 올해 안에 이 작업이 마무리되면 그동안 금단의 지대로 남아 있던 한강 하구가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오게 된다.
한반도의 분단은 1945년 삼팔선에 그치지 않았다. 동서를 가르는 철책으로 남북이 완전히 절단되더니 무장공비침투 등을 계기로 해변과 강변, 산능선을 가리지 않고 곳곳에 철조망이 둘려졌다. 1970년 무장간첩 침입에 대비해 설치된 한강 하구 철책도 그 중 하나다. 속도가 더디긴 하지만 근래 들어 이들 철책이 하나하나 제거되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이번 한강 철책 제거에 대해 “그동안 철조망이 눈앞을 가려 한강도 제대로 못 봤는데 철책이 뜯겨나가니 속이 다 시원하다”며 인근 주민들이 흥분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이번 한강하구 철책제거를 계기로 우리 마음 속에 쳐진 갖가지 철책들도 하나둘 사라지기를 바란다. 작은 땅덩어리마저 이리 나뉘고 저리 쪼개지고 막혀온 상처를 딛고 새로이 출발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단초가 되길 염원한다. 국토의 분단과 단절은 인간의 무지와 탐욕의 소치이기도 하나 거꾸로 인간의 무지와 탐욕이 국토의 분단과 단절을 강화하기도 한다. 그 사이에 쳐진 물리적·심리적 철조망들을 하나하나 걷어낼 때 이해와 협력 증진은 물론 국가와 사회의 안녕도 배가될 것이다. 하지만 작금의 남북 현실은 이런 염원과는 거리가 한참이나 멀다.
남북관계가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긴 하나 이번 철책 제거와 같은 변화 움직임은 비록 작으나마 유화국면으로 전환시키는 데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남북분단의 산물이자 상징인 철책이 제거되면 그 금단의 땅들은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공간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한다. 한강 하구는 재두루미, 큰기러기 같은 멸종위기종의 보기 드문 서식처 아닌가. 철책 철거는 동식물도 배려함으로써 인간과 자연의 공존·상생으로 이어졌을 때 더욱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