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우리 주위에 개란 단어가 들어가는 말 중에는 아름답거나 좋은 의미를 가지는 것이 거의 없고, 집 지키고 삼복더위 복날 즐겨 찾는 정도로 알려져 왔다. 최근에는 애완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애완견이 되더니, 이제는 반려견이라는 명칭이 어느 듯 부담 없이 와 닫고 있다. 국어사전에 의하면 애완이란 ‘동식물이나 공예품 따위를 사랑해 가까이 두고 보며 귀여워하는 것’이라 하고, 반려란 ‘생각이나 행동을 함께 하는 짝이나 동무’라고 정의 내리고 있다. 즉 사람이 일방적으로 장난감처럼 귀여워하는 애완에서, 같은 공간에서 같이 살아가는 쌍방향적인 가치 관계로 발전해 가고 있는 것이다.
원래 개는 4천만년 전 족제비를 닮은 조상에서 늑대 등을 거쳐 오늘날의 모습을 갖게 됐으며, 약 1만5천년 전에 지구상의 포유동물 중 가장 먼저 가축화 됐다고 한다. 또한 포유류 중 단일 종내 다양성이 가장 높으며, 이러한 모습들은 자연선택보다는 사람의 취향에 따른 품종개량의 결과라고 한다. 이 과정에서 사람의 마음을 잘 읽을 수 있도록 진화해 사람과의 소통능력이 다른 종보다 탁월해졌는데, 이미 우리는 진도개, 삽살개, 풍산개의 헌신적인 모습이 다양한 설화나 실제 일화로 화제가 된 것을 알고 있다. 최근에 우리는 이 같은 성품을 바탕으로 안내견, 치료견, 탐지견, 구조견, 군견 및 질병 진단견 등으로 놀라운 능력을 이용하고 있다.
최근 들어 “아무리 늦게 집에 들어가도 미친 듯이 꼬리 흔들며 반겨주는 개가 때로는 식구들 보다 더 사랑스럽다”는 친구들을 종종 본다. 물론 식구들 보다야 더 사랑스러울리 없겠지만, 노령화와 핵가족 생활과 독신자의 증가라는 사회구조 하에서 그토록 나를 반겨주는 반려견에 대해 정신적 교감과 사랑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에 반려견 관련 산업의 시장규모는 꾸준히 증가해 1조원이 넘는 국내 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많이 커졌다. 하지만 동물학대와 유기견 문제도 심화되고 있어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반려견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해 주기 위해서는 동물복지측면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 일반 반려견 사육 물품들은 다양한 제품이 시판되고 있으나, 동물복지를 위한 제품들은 그리 많지는 않다. 특히 사료의 경우 7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연령별 기능별로 세분돼 있지만 고단백·고지방의 사료들이 많아 비만, 당뇨 등 만성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이를 위해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에서는 반려견의 사료급여량 계산 및 체형으로 비만여부를 판단할 수 있고 다이어트 계획을 제시해 주는 ‘애견사료 열량계산기’ 스마트폰용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해 보급한 바 있다. 여기에 더해 산업이 커진 만큼이나 반려견에 대한 우리의 인식 전환과 성숙한 반려문화의 조성과 정착에도 노력해야 한다. 우선 사람과 반려견 사이의 의사 소통이 중요하다. 말 못하는 짐승과 무슨 소통인가 하겠지만,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지능지수는 어린아이 수준이라 주인의 말과 행동을 감지해 눈치가 있을 뿐만 아니라 학습 또한 가능해 주인의 성격이 반려견에게도 나타날 수 있다.
그러므로 반려견의 반려자인 주인이 반려견의 본능 그대로를 인정하고, 폭넓은 이해심과 인내심으로 말 대신에 마음이 통하는 양자관계 정립의 노력이 요구된다. 뿐만 아니라 시·공간적으로 함께 살아가는 이웃 특히, 반려견을 키우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배려하는 마음과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한다. 이렇게 보면 현대사회에서 반려견과 인간 사이의 관계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와 별반 다르지 않고, 반려견을 진정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이웃에 대한 사랑의 가치를 진정으로 아는 사람일 것이다.
/김재환 농촌진흥청 영양생리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