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16일자 ‘창룡문’란에서 이미 지적한 바 있지만 경기도가 제4대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에 MBC사장 출신 엄기영 씨를 임명했다. 경기문화재단은 전 대표였던 권영빈 씨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에 임명돼 사임함에 따라 대표이사를 공모해온 바 있는데, 지난 12일 오후 이사회를 개최해 신임 대표이사에 엄기영 씨를 내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16일 도지사 임명을 거쳐 4대 대표이사직을 수행하게 된다. 엄기영 대표이사는 전국민 사이에서 지명도가 아주 높은 인물이다. 1989년부터 1996년까지, 2002년부터 2008년까지 MBC 뉴스데스크 앵커를 맡은데 이어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문화방송의 사장으로 재임하기도 했다.
권영빈 전 대표에 이어 엄기영 씨가 대표로 임명됨에 따라 경기문화재단은 앞으로 더욱 주목을 받게 될 것이다. 껄끄러운 시선도 있지만 우선 축하의 인사를 건네며 우리는 엄 대표가 앞으로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경기지역의 문화예술발전을 위해 헌신노력해서 지역문화의 수준을 한층 더 높여주길 기대한다. 왜 ‘정치적인 이해’ 운운했는가 하면 우리는 그가 지난해 4·27 강원도지사 보궐선거에 출마했던 일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과정에서 강릉시 경포대 인근 펜션에서 불법사무실을 차려놓고 엄 후보 지지를 부탁하던 여성 전화홍보원 30여명이 경찰과 선관위에 적발되기도 했다. 이 때문인지 그는 낙선의 쓴잔을 마셨다.
당시 그는 일반의 예상을 깨고 집권여당 후보로 나섰다. 엄 대표는 MBC 사장 위치에서 사실상 쫓겨나듯이 떠났던 사람이다. 이명박 정부 언론장악에 맞섰던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 조합원들을 향해 ‘파이팅’을 외치며 떠났던 그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한마디로 이 정권의 피해자라고 인식했던 사람이 그 집권여당의 공천을 받아 출마하는 모습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던 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그의 행동에 시비를 논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엄기영 개인의 정치적 판단이기 때문이다.
이번 엄 대표 임명을 두고 말이 많을 듯하다. 물론 적법한 절차에 의해 진행됐다고 하겠지만 새누리당과 김문수 지사의 의중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뒷말들이 무성할 것이다. 그러나 어찌됐건 전기한 것처럼 엄 대표가 임기 동안 지역문화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하기만 하면 불만은 사라질 것이다. 다만 경기도민으로서 정말 하고 싶은 말 한마디! 앞으로는 지역을 가장 잘 이해하고 사랑하는 경기지역 문화계 인사들에게도 대표가 될 기회를 줘 봄이 어떨지.